이성윤 공소장에 등장한 조국·박상기…'김학의 수사 외압'의 재구성

이성윤, 김학의 불법 출금 관여·외압 행사 혐의
청와대·법무부 등 윤대진 고리로 또 다른 외압 정황도
청와대 이규원→이광철→조국→윤대진→이현철로
법무부는 차규근→박상기→윤대진→이현철로 연결
  • 등록 2021-05-14 오후 2:49:02

    수정 2021-05-14 오후 3:15:02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된 가운데, 그의 공소장에 검찰은 물론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등 유력 인사들이 다수 연루된 정황이 담겼다. 향후 사정당국의 칼날이 좀 더 윗선을 향하게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14일 이 지검장 공소장에 적시된 범죄사실을 토대로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대한 안양지청의 수사가 진행되던 2019년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보면 이미 기소된 이 지검장은 일부에 불과할 뿐 이 이외에도 다양한 경로, 여러 명의 인사들을 통한 외압이 존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주연’ 이성윤, 불법 출금 개입하고 외압 행사 의혹까지

별장 성접대 의혹 등에 휩싸여 있던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야반도주’를 시도하다가 저지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출입국 당국에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보낸 데 따라 이뤄진 것인데, 문제는 해당 요청서가 허위 사건번호와 가짜 내사번호가 적힌 소위 ‘불법서류’였다는 점이다.

곧장 안양지청은 그해 4월부터 수사팀을 꾸려 이를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수사팀은 6월은 이 검사와 함께 법무부 출입국본부 직원들의 범죄 혐의를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지휘부서인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검찰총장과 수원고검장에 보고하기 위한 절차였다.

하지만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이 지검장은 해당 보고서의 핵심 내용인 ‘이 검사의 범죄 혐의 발견과 그에 대한 입건 후 추가 수사 진행 계획’ 등을 누락한 채 검찰총장에 보고했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 출금 당시 서울동부지검장에 ‘내사 사건번호를 임의로 부여한 것을 추인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이 검사 범죄행위에 관여했으며, 이후 출금에 대한 적법성 검토도 나서는 등 그 불법성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후에도 이 지검장이 안양지청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해 수원고검장 보고도 막았다고 봤다. 이 지검장은 배용원 전 안양지청 차장검사에 전화를 걸어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조치는 법무부와 대검이 이미 협의가 된 사안이다. 서울동부지검장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말하고, 이를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에 전달하게 했다는 것. 결국 수원고검장 보고는 불발됐고 안양지청 수사팀 수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사진=연합뉴스)


다른 외압 포인트 ‘윤대진’…그의 배후엔 조국·박상기?

이 지검장을 결국 불구속 기소한 검찰은, 다만 이 지검장 공소장에 그들이 파악한 또 다른 외압의 실체들을 적시했다. 일단 그 중심에는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조국 전 수석과 박상기 전 장관 등이 거론되며 청와대·법무부가 또 다른 외압 행사의 주체로 의혹이 확산 되는 모양새다.

먼저 검찰이 파악한 청와대의 개입 정황은 이렇다. 이 검사는 안양지청 수사팀이 자신을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사법연수원 36기 동기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광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에게 이를 알렸다고 한다. 이에 이 전 행정관은 조 전 수석에게 “이 검사는 곧 유학 갈 예정인데 검찰에서 이 검사를 미워하는 것 같다. 이 검사가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이야기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고, 조 전 수석은 이를 윤 전 국장에게 전달했다.

윤 전 국장은 사법연수원 25기 동기로 친분이 있던 이 전 지청장에게 전화했고, 이 전 지청장은 다시 배 전 차장 등에게 조 전 수석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외압을 행사 했다는게 검찰 판단이다.

법무부를 통한 압박도 구체적으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안양지청 수사팀은 검찰총장과 수원고검장 보고가 불발된 상황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법무부 출입국본부 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던 와중이었는데, 법무부 내부 보고를 통해 조사 사실을 알게 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곧장 박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 박 전 장관은 윤 전 국장을 불러 “내가 시켜서 직원들이 한 일을 조사하면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냐”라며 강하게 질책하고 경위 파악을 지시했고, 윤 전 국장은 다시 이 전 지청장에 전화해 “박 전 장관이 엄청 화를 내서 내가 겨우 막았다”고 내리 질책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지검장을 불구속 기소한 다음 날인 지난 13일 윤 전 국장과 이 전 지청장, 배 전 차장에 대해 ‘혐의를 발견했다’고 판단하고 공수처법에 따라 이들을 공수처에 ‘피내사자’ 신분으로 이첩했다.

한편 이 지검장 공소장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직후 조 전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이 건과 관련하여 어떤 ‘압박’도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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