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제색도 돌려달라"…삼성가 상대 소유권 소송…법원 '각하'

후손 “조부, 삼성가에 돈 빌리고 그림 맡겨”
法 “소유권 확인 소송 아닌 인도 소송해야”
삼성 “사실관계 불명확…구체적 증거도 無”
  • 등록 2023-12-07 오후 2:36:29

    수정 2023-12-07 오후 2:36:29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자신의 조부가 맡긴 국보 ‘인왕제색도’를 돌려달라며 삼성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본안 판단 없이 종료됐다.

지난 4월 10일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 사전공개행사에 참석한 문화계 인사 및 언론인 등이 전시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재판장 김상우)는 7일 인왕제색도를 소유했던 서예가 손재형씨 장손 손원경씨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소유권 확인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본안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소송을 종료하는 결정이다.

앞서 손씨는 할아버지 심부름으로 아버지인 손용 중앙대 교수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에게 돈을 빌린 뒤 인왕제색도를 맡겼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림 보관증을 받았지만 1975년 할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지자 숙부가 삼성에 보관증을 넘기거나 파기했다는 게 손씨의 주장이다. 이에 손씨는 지난해 8월 삼성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소유권 확인 소송이 아닌 미술품 인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 확인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국가 또는 피고들을 상대로 미술품 인도를 청구하는 이행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며 “(확인 소송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나 미술품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의 종국적 해결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설령 소유권 확인 소송으로 손씨의 소유라고 판결이 나더라도 미술품 인도 소송을 다시 제기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소송을 본안 심리 없이 끝낸다는 것이다.

이날 선고를 마친 뒤 손씨는 기자들을 만나 “할아버지 사망 전 거래가 있었다는 증빙을 냈지만 인정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손씨 주장의 사실관계 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구체적 증거도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재용 회장 등은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별세하자 인왕제색도를 포함해 미술품 총 2만3000여점을 국가에 기증했다. 현재 인왕제색도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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