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로 회의하는 회사, 숫자로 소통하는 권영수 부회장

  • 등록 2016-11-07 오후 12:09:11

    수정 2016-11-07 오후 9:59:5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번 프로젝트는 3,5,6이 부족한 것 같아요. 이 세 가지에 신경 씁시다!”

LG유플러스(032640) 직원들은 회의할 때 암호 같은 숫자를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숫자 각각이 의미하는 바가 있다. 3은 ‘고정관념 타파’, 5는 ‘철저한 준비’, 6은 ‘강한 실행력’을 뜻한다.

소위 ‘일등 U+ 사상’이라는 것인데, 지난 7월 권영수 대표이사 부회장이 만들고 임원 워크숍에서 발표하면서 이 회사만의 독특한 생각과 행동의 원칙이 됐다.

LG유플러스가 ‘일등 U+사상’이란 걸 만든 건 처음이다. 권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에 근무할 때부터 세상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1등 회사들의 공통점을 찾고 이를 조직 구성원들과 나누는데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소통을 잘해서 임직원 개개인의 힘을 모으면 회사 자체가 1등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등 U+ 사상은 머리, 몸, 습관으로 구성돼 있다.

머리에 속하는 ‘Dream사고’는 크고 원대한 꿈을 갖자, ‘기본중시’는 범사에 철저히 하자, ‘고정관념 타파’는 새로운 것일수록 더 잘할 수있다는 의미다.

몸에 해당하는 ‘현장경영’은 현장·현물·현실을 직접 보고 답을 찾자, ‘철저한 준비’는 치밀하게 분석하고 철저하게 준비하자, ‘강한 실행력’은 자신 있게 제대로 될 때까지 실행하자는 의미다.

습관을 의미하는 ‘경청/배려’는 상호 존중으로 신뢰를 쌓자, ‘팀웍/전체 최적화’는 우리의 관점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자, ‘5:5 원칙’은 아이디어의 50%는 전문가에게 배우고 50%는 스스로 고민하자는 뜻을 갖고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그는 일회성 구호에서 그치지 않도록 각각의 키워드마다 번호를 매겨 기억하고 부르기 쉽게 만들었다.

권 부회장 스스로 업무보고 때마다 이 숫자들을 활용해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얼마 전 경영회의에서 “앞으로는 회의 때 직원들과 숫자로 소통하겠다”며 “이달에는 4(현장경영)를 강화할 테니 각 사업부에선 참고하세요”라고 말했다.

차츰 LG유플러스 직원들 간 회의에서도 숫자로 주고 받는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숫자들이 의미하는 바를 완전히 숙지해 두지 않으면 피드백이 헷갈리는만큼 일부에선 숫자 외우기에 한창이다.

숫자를 활용한 권 부회장의 경영철학 전파는 처음이 아니다. 과거 LG디스플레이 CEO와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재직 시절에도 ‘극한도전사상’, ‘1등 전지사상’이라는 사고·행동 양식을 숫자와 접목해 왔다.

다만, ‘경청/배려’, ‘팀웍/전체최적화(상호존중, ’나‘보다 ’우리‘관점)’, ‘5:5원칙(아이디어 50%는 전문가, 50%는 스스로 고민)’ 등은 LG유플러스에 와서 추가됐다.

회사 관계자는 “일등 U+사상에 소통이 더 강조된 것은 통신이라는 서비스 회사 특성상 구성원간 대화와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등 U+ 사상이 통신을 넘어선 사물인터넷(IoT)과 비디오 시대에 LG유플러스를 위대한 회사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권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를 TV패널 세계 1위와 LG화학 2차 전지사업을 1위로 올려놔 자신의 경영철학이 경영 성과와 직결된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긍정적인 신호는 엿보인다. 취임 이후 ‘즐거운 직장팀’이란 조직을 만들고 자율복장 근무제, 시차 근무제, 조기 퇴근제 등을 도입하며 수평적 리더십을 실천하자 직원 사기는 어느 때보다 높다. 세상과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유플러스인들은 동요하지 않고 뭉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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