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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30일 제주도 서귀포시 하얏트 리젠시 제주에서 열린 ‘제18회 벤처썸머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과 벤처간 생태계를 결합하는 한국형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음달 초 삼성과 현대차, LG, SK, 롯데 등 5개 대기업 그룹과 ‘킥오프’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안 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대기업과 벤처간 생태계 결합을 시도해왔다. 국내 산업계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대기업을 제외하고선 벤처 생태계 혁신을 논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안 회장은 이 같은 구상을 지난해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국내 대기업은 51개에 불과하지만 관련 계열사는 물론 4대까지 내려온 오너 친인척 회사 등을 모두 역으로 환산해보면 5000개 이상 대기업 관련기업들이 있을 것”이라며 “대기업 관련 기업들이 국내 산업 생태계를 장악하는 만큼 대기업을 제외하고 혁신성장을 논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대기업들은 ‘한국에 수준있는 기업이 없다’면서 많든 돈을 들여 인수·합병(M&A)하기 부담스럽다고 해왔다”며 “국내 벤처나 스타트업들이 다른 국가 기업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대기업들의 이야기는 반대로 비슷한 수준의 한국기업들을 키우는 게 더 효율적인 일이라는 의미로도 풀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안 회장은 아직 대기업들에게 제안한 세부 제안들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이번 방안이 실효성 없는 형식적 시도에 그치지 않게 5대 대기업들에게 ‘빠져 나갈 수 없는 제안’을 던졌는데 협의 중이어서 아직은 공개할 수 없다”며 “다만, 이미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도 이 같은 우리의 구상을 전달했고 대통령도 이를 지지한다고 한만큼 분위기는 무르익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이번 대기업과의 혁신생태계 조성 협력을 자신의 임기 안에 무조건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상생과 개방형 혁신 화두가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정신으로 공격적으로 이번 계획을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5대 대기업들과 벤처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당당히 기술과 가치만 논의하는 라운드 테이블을 만들자는 제안도 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 등 선진국들처럼 대기업들이 벤처들과 공정한 기술거래, 정당한 M&A 문화를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대기업과 벤처간 ‘기울어진 관계’에서 누군가는 나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더불어 안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창업·벤처 정책에 대한 간단한 평가도 내놨다. 스타트업 육성 관련해선 현 정부가 잘 하고 있는 분야로 평가했지만, 이후 기업들의 ‘스케일업’(성장) 측면에서는 균형을 잃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안 회장은 “국내에 약 6만5000개의 벤처기업들이 있지만 이들의 스케일업 과정에 정부의 관심이 너무 없다”며 “어렵게 자라나기 시작한 잔디(스타트업)가 예쁘게 커가기 위해선 정책적인 관심을 더 줘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약한 것이 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현재 기술과 핵심인력이 부족하지 않은데 정책이 효과가 없는 것은 생태계의 문제”라며 “정부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하곤 있지만 벤처인들 입장에선 피부로 와닿지 않는 것은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벤처기업협회는 31일까지 하얏트 리젠시 제주에서 ‘벤처가 꿈꾸는 새로운 내일, 세상을 바꾸는 벤처의 상상’을 주제로 제18회 벤처썸머포럼을 개최했다. 스타트업 및 중견 벤처 최고경영자(CEO) 등 200여명이 참석해 벤처기업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혁신전략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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