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방문 줄자 수입 ‘뚝’..쇼핑천국 홍콩, 이제 옛말?

中 반부패 정책에 홍콩달러 강세 겹치며 쇼핑매출 타격
  • 등록 2016-01-04 오후 3:09:21

    수정 2016-01-04 오후 3:09:21

홍콩의 한 쇼핑몰 내부 모습.(사진=홍콩관광청)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쇼핑 천국’ 홍콩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중국 정부의 매서운 반(反)부패 조치로 인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데다, 홍콩달러의 강세로 물가가 오르면서 쇼핑 도시로서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중국 전자상거래 전문 인터넷매체 이브룬(ebrun)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의 소매업 매출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창궐했던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11월 홍콩을 찾은 유커는 전년동기 대비 15.4% 줄어들었고, 작년 10월까지 누적 소매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했다. 이는 2003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홍콩은 여행·관광업이 주요 기간산업 중 하나로, 최근까지 유커들의 ‘통 큰’ 쇼핑으로 호황을 누려왔다. 특히 홍콩은 루이뷔통, 샤넬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이 중국 본토보다 40% 가량 저렴해 중국인들에게 쇼핑 천국으로 각광받아왔다.

그러나 2015년 홍콩을 찾는 유커의 수가 줄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는 2003년 비자 완화 조치로 중국인 개인 관광객의 홍콩 방문이 허용된 이후 소매 판매가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13년 말부터 부패 척결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고, 사치품 소비 단속을 강화하는 등 해가 갈수록 사정 칼날을 매섭게 휘두르자 명품에 대한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반부패 정책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조하면서 지난해에만 차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 50여명이 낙마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고위 공직자나 주요 기업인이 예전처럼 홍콩에서 명품 쇼핑을 즐기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콧대높은 명품 브랜드들이 홍콩에서 반값 세일에 나서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홍콩관광청에 따르면 버버리, 프라다, 구찌, 마크 제이콥스, 발렌시아가 등 명품업체들은 지난달 최고 50%까지 할인된 가격의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최대 30%까지 할인한 적은 있지만 올해처럼 이렇게 많이 할인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근 홍콩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체감 물가가 상승한 것도 쇼핑 매력을 떨어뜨린 요소가 됐다. 특히 최근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중국인들로서는 환율 리스크가 이중으로 더해진 셈이다. 홍콩달러가 미국 달러에 연동돼 있기 때문에 미국 금리인상 이후 강달러가 지속되는 한 홍콩 쇼핑의 이점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쇼핑을 위해 홍콩을 찾던 중국인들은 일본으로 대거 발길을 돌렸다. 실제로 지난 11개월 동안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1년 전보다 2배이상 늘었다. 일본 관광객 증가분의 50%가 중국인이라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황이 바뀌면서 명품 쇼핑 도시로서 홍콩의 매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가오송옌(高頌姸) CLSA 연구원은 “홍콩은 그동안 유커의 쇼핑에만 지나치게 집중해 온 탓에 다른 관광 코스에 대한 투자에 소홀했다”며 “다원화 된 여행지로서의 모델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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