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지주사와 은행 경영진 간 반목하는 일이 반복돼 온 점에 대해서는 감독당국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22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그간 KB사태 등 제재에 대한 소회를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짧은 반성문인 동시에 이를 계기로 당국의 제재방향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담겨 있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로 자칫 수그러지는 듯한 KB금융 사태는 최수현 금감원장의 중징계 상향 발표로 매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며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급기야 최 원장과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에까지 책임론이 불거졌다. 연일 언론에서는 최 원장이 두 달 넘게 끌어온 제재심의 결론을 한순간에 뒤집었다며 ‘번복’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억울하다는 금감원의 입장도 일견 타당성이 있다. 일단 제재심의의 설치 근거를 보면 이는 보좌기구이자 심의기구일 뿐이다. 지금은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지난 2011년 총리실에서 감독체계 선진화 방안을 만들 당시에는 금감원장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최적의 안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명목상으론 의결기구가 아닌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의 결론을 변경하는 것은 번복이 아닌 자연스러운 의사결정이란 입장이다. 그동안 제재심의위의 결론을 변경하는 일이 없어 초유의 결정은 맞지만 이것이 절차상 하자는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절차상의 문제로만 볼 사안은 아니다. 금융감독은 시작부터 끝까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수면 위로 오른 제재심의위 역시 마찬가지다. 독립성·투명성·객관성의 잣대로 봤을 때 결론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독립성은 갖췄지만 투명성과 객관성은 장담할 수 없다. 제재심의 위원 중 금감원 부원장, 법률자문관, 금융위 담당국장 등 3명을 제외한 민간위원은 공개조차 되지 않는다. 회의록 역시 비공개다. 이쯤 되면 정치권과 업계의 로비설이 파고들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현재 나오고 있는 참관인 제도, 회의록 100% 공개, 민간위원 풀제 등 제재심의를 보완할 수 있는 논의가 현실화돼야 하는 이유다. 금감원장의 ‘반성’이 실효성 있는 보완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