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전자상거래 대부 마윈, 미디어 제국을 꿈꾸다

SCMP 인수 이어 홍콩 유력매체 '명보' 인수설
신문·포털·콘텐츠社 무차별 사냥
'중국판 머독' 탄생하나
  • 등록 2015-12-21 오전 11:46:23

    수정 2015-12-21 오전 11:46:23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전세계 전자상거래 업계 판도를 뒤흔들어 놓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라바바의 마윈(馬雲·51) 회장이 이번엔 거대한 ‘미디어 제국’을 건설하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마윈 회장은 최근 신문, 포털, 동영상 플랫폼 등 중국 미디어 관련기업들을 무차별 사냥에 나서고 있어 ‘중국판 머독’의 탄생을 점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호주 출신인 루퍼트 머독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폭스뉴스 등을 거느린 미국의 미디어 재벌이다.

중국 현지언론들은 알리바바가 홍콩 유력매체 명보(明報)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리바바의 인수설로 명보 대주주인 미디어 차이니스 인터내셔널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알리바바 측은 일단 명보 인수 추진설을 부인했지만 명보가 재무상황이 악화되면서 알리바바와 매각 초기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설(說)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회장.
알리바바는 불과 며칠 전 112년 전통의 홍콩 유력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인수한 데 이어 또다른 미디어 인수에 나선 셈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20억6000만홍콩달러(약 3070억원)에 SCMP를 손에 넣었고 “SCMP가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일어나는 종합적이고 통찰력있는 뉴스와 분석을 제공할 것”이라며 “중국 이미지를 개선하고 서방 언론 매체의 편향된 시각에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에 비판적 보도를 해 왔던 SCMP가 중국 공산당의 선전매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를 보여주듯 SCMP 편집인은 현재 왕샹웨이에서 내년 1월에 친중 인사인 태미탐 부편집인으로 바뀐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마윈 회장은 직접 나서 SCMP의 편집권 독립을 공개적으로 약속하기도 했다. 마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SCMP의 독립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믿어 달라”면서 “내가 만일 다른 사람들 억측에 휘둘렸다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윈의 관심은 전통 신문 뿐 아니라 뉴미디어로도 향하고 있다. 그는 최근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요우쿠쿠투도우(優酷土豆)를 5조1000억원을 들여 손에 넣었다.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이 사이트는 매일 2억~3억명 네티즌들이 접속하고 있다.

마 회장은 영화와 음악 등 콘텐츠 업체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중국 영화사 차이나비전미디어그룹을 인수해 회사명을 알리바바픽처스로 바꿨고 최근에는 신주 발행을 통해 16억달러를 조달해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 회장은 지난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샤미의 인수를 주도했고 디지털 TV 기업 화수미디어그룹 지분 20%(10억500만달러)를 인수해 스마트 TV 사업에도 진출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마 회장 개인과 알리바바그룹이 3년 동안 투자한 미디어 관련기업은 최소 25곳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전자상거래 업계에 한 획을 그은 마 회장이 이번엔 미디어 사업 투자에 적극 나서자 WSJ과 폭스뉴스 등을 거느린 미국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처럼 중화권의 미디어 제국을 꿈꾸고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언론의 중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그동안 중국 본토와 다른 정치적 성향을 지켜온 홍콩 언론들에 대해 중국 본토의 입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전자상거래를 넘어 미디어와 콘텐츠를 장악하려는 마윈의 야심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마윈의 SCMP 인수는 편집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알리바바의 시장 지위가 중국 정부의 호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윈은 미디어 기업 인수를 통해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 부족한 대중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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