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단기간 내 도약해야만 합니다.”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의 새 사령탑에 오른 하성용 사장은 21일 취임 일성으로 ‘새로운 도약’을 외쳤다.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조업체’라는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일류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하 사장은 말 그대로 ‘KAI맨’이다. KAI 역사상 처음으로 내부에서 사장으로 발탁됐다. 201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잠깐 성동조선 사장으로 ‘외도’를 하기는 했지만, KAI가 탄생한 1999년부터 지난 2011년까지 줄곧 KAI에 몸 담아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부사장 등 내부 요직을 두루 거치며 항공산업 전문가로 인정받아왔다.
첫 내부 출신 신임 사장이다 보니 임직원의 신임도 두텁다. 하 사장은 지난 2006년 KAI가 재무 위기에 처했을 때 당시 실무총책임자로서 686%의 부채 비율을 100%대로 낮춰 경영정상화를 이뤄냈다. 이를 토대로 2011년에는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또 T-50고등훈련기 양산 계약 및 인도네시아 수출, KT-1기본훈련기 수출, 수리온(KUH) 양산 등 굵직굵직한 완제기 수출 계약을 성사하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 관계자는 “임직원 모두 첫 내부 출신 신임 대표 취임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 사장은 앞으로 KAI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기 위해 미래 성장동력 찾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날 취임사에서 그는 “보라매 전투기, 소형 무장·민수 헬기 등 대형 미래 성장동력 사업을 적기에 사업화해야 한다”며 “에어버스, 보잉 등 선진 항공업체와 파트너 관계를 강화해 민·군수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완제기 수출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협상역량을 강화해 국제무대를 넓혀갈 계획이다.
하 사장은 KAI의 조직 문화를 혁신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대내외적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지만 문화와 사고방식은 과거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만성적이고 관성화한 모든 인식과 습관을 타파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협력업체, 노조 등과 신뢰를 구축하는데도 힘쓰겠다는 각오다. 하 사장은 “협력업체와 동반성장하고 노사간의 신뢰를 견고하게 다져 급변하는 외부 환경과 경영위험을 함께 극복해 나가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