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책임자를 엄중 문책한다는 방침이나 원전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도 추락으로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국가 중점 사업인 원전 수출에도 타격이 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 심리적 부담 때문에 보고 안 했다?
지난 9일 오후 8시34분 고리 원전 1호기가 계획예방점검 중 외부 전원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원자로는 멈춰진 채 냉각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핵연료봉 잔열제거 설비는 계속 가동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비상 전원 공급을 위한 디젤 발전기도 고장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달 초 새로 임명된 고리 원전 본부장과 고리 제1발전소장이 지난 9일 부산시 한 의원의 전화 문의를 받은 후 사실을 알게됐다. 원전 측은 이틀 후인 11일 한수원에 보고했고, 한수원은 12일에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지식경제부에 이를 알렸다. 사건을 내부 주요 간부는 전혀 모른채 외부로부터 알게 됐을 뿐만 아니라 관계기관 보고도 늑장대응으로 일관한 것이다.
◇ "원전 자체 안정성은 문제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세계적으로 원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정부의 미흡한 원전 관리 능력이 수출 타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는 눈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UAE에 560만kW급 원전 4기를, 2010년에는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했고, 중동 지역에서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다.
홍 장관은 "정신무장 해이로 인한 보고 누락이 없도록 하겠지만 원전 자체의 안정성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원전 수출이 미래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상황이니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