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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주부 이모씨는 지난 주말 배추 세 포기가 담긴 한 망을 8000원에 판다는 소식에 마트를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마트가 준비해둔 물량이 금세 동이 나 다음날 일찍 다시 오라는 당부를 들었다. 이씨는 “추석을 앞두고 더 비싸지기 전에 김치를 미리 담가두려 했는데 배춧값이 너무 올라 고민”이라고 말했다.
배추가 ‘귀한 몸’이 됐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6일 현재 배추 1포기당 소매가격은 평균 8035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0년 1만2410원을 기록한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맘때와 비교해봐도 배춧값은 비싸다. 최근 5년 동안 최고치와 최저치를 제외한 3개년 평균을 낸 평년 가격이 3586원인 점을 고려하면 배춧값이 세배 가까이 뛴 셈이다. 8월 초 3487원이던 배춧값은 9일 4000원대에 들어섰고 말경엔 7641원까지 치솟았다. 이달 들어서도 배춧값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매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전국 평균 상(上)품 기준 10㎏당 배춧값은 2만2600원으로 평년 1만550원 대비 두배 이상 치솟았다.
여름철에 배추를 키우기에 적당한 곳은 우리나라에선 강원지역 고랭지가 거의 유일하다. 배추가 18~21도 정도 서늘한 기온에서 잘 자라서다. 그마저도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 줄고 있다.
더구나 중국산 수입 김치가 늘면서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강원지역의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4200헥타르(㏊)로 지난해보다 3.8%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김치공장이나 급식업체 등이 출하를 앞당긴 점 역시 배춧값을 올렸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보통 배추 10㎏ 정도가 돼야 출하하는데 7~8㎏만 돼도 출하하면서 추석 전 공급될 물량이 미리 소진됐기 때문이다.
고랭지 지역에 이어 준고랭지 지역에서 배추가 출하되는 다음달까지 ‘금(金)배추’는 계속될 전망이다. 박종필 한은 강원본부 경제조사팀 과장은 “지금 준고랭지 지역 배추는 생육 상태가 양호한 상태여서 이들 배추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10월께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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