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살찐 고양이' 오명 벗으려 급여 삭감

올 1~3분기 급여 전년동기 대비 5% 삭감
2008년 '살찐 고양이' 오명 벗어나기 위해
  • 등록 2013-12-03 오후 3:57:31

    수정 2013-12-03 오후 3:57:31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이 호황으로 수익률은 높아졌지만 투자은행(IB)의 ‘임직원 허리띠 졸라매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고액의 연봉을 받아 ‘살찐 고양이’로 비난 받아온 월가 금융가들이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크레딧스위스, 도이체방크 등 미국과 유럽 IB 9곳이 연봉과 보너스 를 포함한 급여를 삭감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9개 IB 직원들의 올해 1~3분기(1~9월) 평균 급여는 514억달러(약 54조5868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 IB들은 올 1~3분기 순익이 전년동기 대비 10%나 개선됐지만 최근 3년간 직원 급여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스위스 UBS은행은 이 기간 수익증가율이 293%에 달했지만 직원 보수액은 거꾸로 7% 감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임직원 보수보다 투자자나 주주 이익 실현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데 따른 결과라고 FT는 풀이했다.

골드만삭스 등 대형 IB들은 금융위기로 총 814억달러의 적자를 내고도 326억달러에 달하는 보너스 잔치를 벌여 투자자들의 눈총을 받았다.

회계법인 PwC의 톰 가슬링은 “최근 대형 IB들은 수익 환원을 임직원에서 주주로 조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대부분 은행의 자기자본비율(ROE)이 한자릿 수에 머물고 있는 만큼 이는 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유럽에서는 기업 임원들의 보너스를 제한하는 법안까지 상정을 앞두고 있어 미국과 유럽 IB들의 급여 차이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미국계 IB들은 올 1~3분기 평균 급여를 지난해 같은 기간 3~4% 줄이겠다고 발표한 반면 유럽 IB들은 5~27%까지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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