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GHz, 우리에게 줘야"..통신사 논리싸움 치열

3사 모두 "우리 제일 필요"..감정싸움 조짐도
방통위, 할당·경매방식 등 고심
  • 등록 2011-03-21 오후 3:41:31

    수정 2011-03-21 오후 5:10:37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통신3사들은 "우리가 반드시 2.1GHz 대역의 20MHz 폭 주파수를 확보해야 한다"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주파수가 경매를 통해 배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통신3사는 각자의 논리를 내세우며 정책·대외 홍보전에 나서고 있다. 논리싸움이 가열되면서 다분히 감정적인 주장도 오가고 있다.   ◇ "가난 대물림"vs "지배사업자 배제"vs "가입자당 보유 가장 적어..원칙대로"

유일하게 2.1GHz 대역을 갖고 있지 않은 LG유플러스는 이번 주파수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SK텔레콤(017670)KT(030200)가 현재 각각 이 대역의 60MHz, 40MHz를 가지고 있으니 반드시 손에 넣겠다는 자세다. 경매에는 SK텔레콤은 물론 KT도 참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032640) 관계자는 "두 회사에는 2.1GHz가 대안이며 선호의 문제지만 우리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서 "3사 경매에 들어가면 `돈 싸움`에서 유리한 사업자가 가져갈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들은 2.1GHz를 가지고 있지 않아 스마트폰 공급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어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LG유플러스는 지금까지 애플, 노키아 등 해외 스마트폰을 한 종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상철 부회장은 이를 두고 최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가난의 대물림"이라고 표현했다.

KT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출시 후 이미 3G 트래픽을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 3G 트래픽을 수용할 수 있는 이 대역을 꼭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KT는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은 참여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가져가면 3개 사업자가 `8대 4대 0`의 보유 비율이 되고 통신사간 경쟁은 사실상 끝난다"면서 "전파법에 독과점 방지와 공정경쟁을 위해 특정사업자를 주파수 경매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파법상 `전파자원의 독과점 방지 및 적정 경쟁 촉진을 위해 총량 규제 등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총 주파수 보유 규모는 가장 크지만 가입자당 주파수로 보면 가장 적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원칙대로 경매에 따라 주파수 할당을 진행해야 하며 1위 사업자라고 경매에서 배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주파수는 당장 필요한 사업자에게 할당해야지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나눠줄 것이 아니다"라며 "가입자 100만명당 주파수 보유량은 KT, LG유플러스, SK텔레콤 순으로 우리가 가장 적다"고 말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가입자 100만명당 주파수 보유량(MHz)은 KT(4.96), LG유플러스(4.43), SK텔레콤(3.49) 순이다. 
▲ 아이폰 발 스마트폰 혁명이 2.1Ghz 대역 주파수 경쟁을 심화시켰다. 지난 해 9월, 아이폰4 출시 당시 광화문 KT 앞에서 줄을 서 있는 고객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3G 가입자수만으로 보면 SK텔레콤(1560만), KT(1480만)가 비슷하지만 주파수는 (오는 7월 기준) KT가 20MHz 더 적다"면서 "SK텔레콤은 작년에 2.1GHz 대역의 20MHz를 가져갔으며, 세계적으로 특정사업자가 2.1GHz를 50% 이상 독점한 사례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SK텔레콤 관계자도 "지난해 황금 대역이라던 800~900MHz 대역을 KT와 LG유플러스가 나눠가진 후 SK텔레콤이 2.1GHz 대역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았는데 이제 와서 독점이라고 하면 안 된다"면서 "KT가 지난해 받은 900MHz 대역은 3G로도 활용될 수 있는 대역인데 이를 제대로 쓰지 않으면서 2.1GHz를 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받았다.   한편 이번 주파수를 LG유플러스가 반납했던 것을 놓고도 논쟁이 일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반납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2.1GHz를 달라고 하느냐"고 공격하고, LG유플러스는 "그때는 정부가 지정한 용도가 달라 사업을 할 수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당시 우리도 WCDMA를 원했으나 2개 사업자에 들지 못해 탈락했고 2001년 울며 겨자먹기로 CDMA 2000 용도로 주파수를 받았다"면서 "그러나 CDMA 2000 방식으로 제품을 만드는 칩, 단말기 업체들이 거의 사라졌고 그 용도로는 할 수 있는 사업이 없어 2006년에 반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쟁사들은 2000년 당시 공정한 입찰을 통해 WCDMA를 따냈는데, LG유플러스가 이제와서 문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당시 잘못된 전략 판단으로 실수해놓고 이제와서 자신들이 유일하게 이 대역이 없다며 억지를 쓴다"며 "당시 SK텔레콤, KT가 사업계획서를 잘 써서 WCDMA를 받은 것을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KT 관계자도 "2006년에 40MHz를 반납하지 말고 계속 가지고 있었으면 이러한 다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SK텔레콤도 그렇지만 LG유플러스도 지금 20MHz를 받아봤자 주파수가 남는다"고 주장했다.

◇ 방통위, `솔로몬의 지혜 발휘할까`

방통위는 고심하는 모습이다. 방통위는 2기 상임위원회가 출범하는 대로 주파수 경매를 서두를 계획이다. 실무진에서는 이미 구체적인 할당 방식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파수는 10의 배수에 따라 쪼개지기 때문에 3개 사업자가 모두 가져갈 수는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20MHz를 한 회사가 다 가져갈 수도 있지만 미국 사례처럼 10MHz씩 두 사업자가 가져가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론적으로는 두 개 사업자가 10MHz씩 가져갈 수도 있지만 통신사들은 모두 20MHz를 갖고 싶어한다. 특정 회사를 배제하고 경매를 하자는 이야기도 나오는 마당이라 20MHz를 반으로 쪼갤지, 그대로 한 사업자에 줄 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매 방식을 어떻게 할지도 골칫거리다. 최소 가격을 공개한 뒤, 그 금액 이상으로 한 번씩 숫자를 제출해 가장 높은 금액을 낸 사업자에게 할당하는 방식이 하나다. 또 다른 방식은 최고가가 나올 때까지 계속 하는 `무제한 베팅`이다. 사업자들의 통장 잔고에 따라 입장이 다를 것이라고 예상되는 지점이다.

주파수의 만료 기간도 정해야 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해 SK텔레콤이 가져갔던 2.1GHz 대역의 20MHz 폭 주파수는 2001년에 SK텔레콤과 KT가 가져갔던 같은 대역의 만료 기간인 2016년으로 시한이 맞춰져 있다"며 "이번 20MHz 할당을 그 시기로 기간을 맞출지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SK텔레콤이 가져갔던 2.1GHz 대역 20MHz 폭의 가격은 5년간 사용료가 약 6000억원이었다. 이는 방송통신 발전기금으로 사용된다.

통신사, `2.1GHz 주파수 확보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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