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성범죄 방조’ JP모건, 버진아일랜드에 1000억원 준다

“성범죄 피해자에 송금…알고도 방조한 혐의”
한차례 유죄 판결에도 ‘범죄 계좌’는 그대로
“판결, 범죄 예방 의무 있는 은행가에 경종”
  • 등록 2023-09-27 오후 2:05:02

    수정 2023-09-27 오후 2:05:02

[이데일리 김영은 기자]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가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방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당국에 거액의 합의금을 지불했다. JP모건은 엡스타인이 은행 계좌를 통해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송금하는 등 범죄를 저지르고 있던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미국 뉴욕시 JP모건체이스 본사.(사진=AFP)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JP모건은 이날 민사 소송을 제기한 당국에 7500만달러(약 1012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애리얼 스미스 버진아일랜드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생존자들과 주 정부 집행기관의 역사적 승리이며 인신매매를 적발하고 예방해야 하는 은행의 법률상 책임에 대해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밝혔다.

버진아일랜드는 엡스타인의 거주지로 인정된 미국령 섬이다. 당국은 JP모건이 엡스타인의 범죄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고 주장하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내용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JP모건의 계좌를 통해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송금을 하고 있었고, 이를 알게 된 JP모건 내 준법부서가 사측에 엡스타인의 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사측이 이를 무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은 엡스타인과의 거래 기간(2000~2013년) 내내 그의 범죄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JP모건은 이날도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가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는 이 남성과의 관계를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가 어떤 식으로 은행을 이용해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했다면 결코 그와 거래를 약속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JP모건 임원들은 회사에 수십개의 계좌를 가지고 있던 엡스타인과 자주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08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엡스타인이 유죄 판결을 받은 뒤에도 그의 계좌와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JP모건은 앞서 지난 6월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2억 9000만달러(약 3913억원)를 지급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JP모건이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지 않는지 사용 용도를 파악해야 하는 은행의 의무를 지지 않았다며 연대 책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로써 JP모건이 엡스타인 연루 의혹과 관련해 지급하게 된 합의금 총액은 3억 6500만달러(약 4925억원)이 됐다.

한편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2008년 플로리다주 법원에서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19년엔 수십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같은해 뉴욕 감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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