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3선·대구 동을)과 원유철 의원(4선·경기 평택갑)은 애초부터 변화와 혁신을 기치로 내세웠다. 청와대 주도의 당·청 관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원박(원조친박)이었다가 현재 멀박(멀어진 친박) 인사로 꼽히는 유 의원이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비박계 원 의원과 함께 하면서 비박 성향은 더 짙었다.
반면 ‘이주영-홍문종’ 조는 주류 친박으로 받아들여졌다. 계파중립 인사였던 이주영 의원(4선·경남 창원 마산합포)은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친박과 가까워졌고, 홍문종 의원(3선·경기 의정부을)은 주류 친박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이번 경선은 당·정·청 요직에 포진해 국정을 주도하는 주류 친박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을 띠었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당초 ‘유승민 대세론’이 당내 밑바닥 정서에 깔려있긴 했지만 19표 차이는 그 이상이라는 게 당내 안팎의 평가다. 당 한 초선 의원은 “10표 안으로 차이를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더 벌어졌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님들의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았겠느냐”면서 “민심에 대한 의원님들의 반성이 표에 많이 반영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당 지도부 비박 일색…당정청 권력지형 변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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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최고위원 등 주류 친박은 당내 ‘소수’ 의견으로 전락할 위기다. 당 주류가 집권 3년차에 들어서자마자 비주류에 주도권을 내준 것은 이례적이다.
당내에는 이미 친박의 세가 약해졌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국회의장 경선과 지방선거 시도지사 후보 경선, 전당대회 등을 거치면서 친박 인사들은 잇따라 패했다. 모두 당심(黨心)에 의해 좌우된 선거들이다. 이번 경선 때에도 친박 ‘딱지’를 붙이고 나오면 더 불리하다고 전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증세없는 복지’ 기조 분수령…유 “국민동의 구할 것”
당장 증세론에 대한 여권의 스탠스가 주목된다. 박근혜정부의 정책기조인 ‘증세 없는 복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유 원내대표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투표 직전 합동토론회에서도 경쟁자인 이주영 의원을 향해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 대한 친박의 인식이 잘못됐다는 뜻이었다.
당내 여론은 유 원내대표에 다소 유리한 형국이다. 주호영·나성린·홍일표 의원 등 전임 정책위 인사들도 최근 잇따라 “복지축소와 증세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와 청와대(안종범 경제수석 등)는 이미 “증세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세원을 더 발굴하겠다는 당초 기조에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여권 내부의 새로운 입장정리는 불가피해졌다.
이외에 당이 제동을 걸었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1%대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정책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 등의 정부 정책에 있어서도 여권 내부의 추가적인 의견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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