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받아 엉터리 자료 발표..'헛돈 쓴 공정위'

울트라북 가격발표 하면서 애플 제품 끼워넣어
동일 제품 비교도 안해..해외價는 매장 3곳 평균
  • 등록 2014-05-22 오후 3:36:07

    수정 2014-05-22 오후 4:05:57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울트라북에 대한 개념조차 모르고, 엉터리 조사 결과를 발표해 빈축을 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물가안정을 도모한다는 명목으로 이런 엉터리 조사에 막대한 예산 지원을 하고 있어 “헛돈을 쓰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22일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은 공정위 예산 지원을 받아 우리나라와 영국, 미국, 대만, 중국, 일본 등 6개국의 국내·외 10개 브랜드 울트라북 780개 제품의 가격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시장에서 팔리는 삼성전자(005930) 울트라북의 가격이 해외보다 20% 가량 비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울트라북은 얇은 두께와 초경량 등 인텔이 제시한 제원에 맞춰 휴대성을 극대화한 노트북 검퓨터를 일컫는다. 애플이 내놓은 맥북 에어 등에 맞서기 위해 ‘대항마’ 격으로 인텔 진영에서 내놓은 제품이다. 하지만 연구원은 이번 조사에 삼성과 LG전자(066570), 에이수스(ASUS), HP 등 인텔 진영의 제품 뿐 아니라, 애플 제품도 울트라북 범주에 넣어 조사했다. 울트라북에 대한 개념조차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 울트라북이 해외보다 20% 비싸다고 했지만, 동일 제품의 가격을 비교한 것도 아니다. 단지 ‘삼성 브랜드’ 제품의 국내 가격이 해외 가격보다 비싸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울트라북 중에는 초고가 모델과 보급형 모델 등이 섞여 있고, 국내외 출시 모델이 각기 다르다.

국내의 경우 고급 사양의 최신 제품을 선호하는 성향상 고가 제품의 비중이 높을 수 있지만, 이런 점은 전혀 감안되지 않았다. 연구원 관계자는 “동일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려 했지만 글로벌 출시 모델과 국내 출시 모델이 다르다”면서 “같은 모델이라 해도 시장에 따라 사양이 다른 경우가 많아 직접적인 비교가 힘들다”고 말했다.

터무니 없이 적은 표본도 문제로 지적된다. 연구원이 내놓은 6개국의 오프라인 매장 가격 조사의 경우 각 나라별로 3개 매장의 평균값을 해당 국가의 대표 가격으로 산출했다. 판매량 등을 기준으로 주요 매장을 추렸다는 게 연구원 측 설명이지만, 국내 가격의 경우 28개 온·오프라인 매장의 가격을 산출해 뽑은 것과는 차이가 심하다.

이 같은 연구원의 가격 조사는 공정위의 예산 지원을 받아 진행돼 문제로 지적된다. 공정위가 제품비교정보(3억8000만원), 합리적거래 소비문화 확산(3억원) 등의 명목으로 한 해에 쓰는 돈은 7억원 가량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10개 소비자단체에게 공평하게 예산을 분배하다 보니, 기대에 못 미치는 자료를 생산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다른 관계자는 “물가 안정을 중시한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된 사업”이라면서도 “하지만 예산 지원에 비해 함량 미달의 자료가 나오기도 해 난감할 때가 있다”고 부연했다.

▲자료= 한국소비생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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