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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현재까지 영풍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거나 이사의 충실의무 또는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2일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 측이 최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1차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이번 2차 가처분은 고려아연이 지난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자사주를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하자 영풍 연합 측이 자사주 매입은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신청한 것이다.
앞서 지난 18일 열린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서 영풍 연합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최 회장 개인을 위한 것으로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배임과 관련해서는 “고려아연 이사들이 시가보다 높게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매수가격을 정했다고 하더라도 매수한 자기주식을 전부 소각하기로 한 이상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고려아연 정관에서는 중간배당의 한도와 관련해 ‘특정목적을 위해 적립한 임의준비금’을 공제해야 한다고 규정할 뿐 자기주식 취득한도를 계산할 때 임의준비금을 공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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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은 이날 법원의 기각 결정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자사주 공개매수를 완료한 뒤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겠다”고 밝혔다.
현재 영풍 연합 측은 지난 14일 끝난 공개매수를 통해 회사 지분율을 38.47%까지 확보했다.
최 회장 측은 우호지분인 베인캐피털이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지분율을 36.49%까지 올릴 수 있다.
법정 공방 2라운드에서 고려아연이 승리했지만, 양측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업계에서는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측은 임시주주총회까지 표 대결을 두고 치열한 수 싸움이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의 지분 7.83%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선택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세운 회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2022년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었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면서 다툼은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