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처음기부하던날⑤] "작은 돈이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

착한가게 운영하는 박상희·수진 자매
가게 1곳당 매달 3만원씩 3년째 기부
"가게 잘 운영해 더 많은 나눔 실천할 수 있길"
  • 등록 2013-12-27 오후 7:08:35

    수정 2013-12-27 오후 7:10:06

인천 남구에서 착한가게 ‘피자마루’와 ‘아딸 만수 2호점 떡볶이’를 운영하는 동생 박수진(왼쪽부터) 씨와 어머니, 언니 상희씨.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처음부터 많은 금액을 기부하려고 하면 부담이 될 수 있다. 거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금액이라도 정기적으로 나눠내도록 계획한 것이 ‘나눔’의 시작이었다.”

인천 남구에서 착한가게 ‘피자마루’를 운영하는 박수진(31) 씨. 그녀는 ‘아딸 만수 2호점 떡볶이’ 사장님인 언니 상희(33) 씨, ‘치킨매니아’를 운영하는 남자친구 박완수(31) 씨와 함께 2011년부터 나눔활동을 시작했다. ‘착한가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진행하는 모금사업으로 매월 정기적으로 매출의 일정액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는 가게를 말한다. 가게 1곳당 매달 3만원씩 기부를 한다.

처음 제안을 한 건 수진 씨였다. “떡볶이집을 먼저 하다가 피자마루를 준비하려고 동사무소에 갔다. 거기서 착한가게 책자를 발견하고 언니에게 한번 해보자고 얘기를 꺼냈다. 가게가 잘될지 안될지 모르니까 일단 적은 금액으로라도 시작하자고 한 게 벌써 3년째다.”

2008년 언니 상희 씨는 7년이나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그만뒀다. 평생 고생만 하신 어머니를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였다. 수진 씨의 권유로 국민간식인 떡볶이를 사업 아이템으로 정하고, 아딸 체인점을 내기로 했다. 수진 씨가 피자 체인점을 오픈하기 바로 전이었다. 이어 수진 씨의 남자친구까지 착한가게에 가입하면서 월 9만원의 성금을 인천 공동모금회에 기부하고 있다. “사실 가게를 시작하면서 받은 대출금을 아직 갚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걸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평생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서 생각났을 때 빨리 기부를 시작하자고 했다. 경기가 안 좋다 보니 가게 사정이 나쁠 때도 있다. 하지만 월 3만원씩이기 때문에 기부가 크게 부담된 적은 없다.”

나눔은 곧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지난해 어린이날에는 근처의 아동시설을 찾아가 피자 20판과 치킨 50마리, 떡볶이 30인분을 전달하기도 했다. 평소 이런 음식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의미있는 봉사였다. “직접 배달을 했는데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한참 있다가 크리스마스 즈음에 카드를 받았다. 피자를 먹었던 어린이가 아기자기하게 카드를 꾸며서 보내왔더라. 뭔가 가슴이 뭉클했다.” 착한 자매들의 꿈은 무엇일까. 우선은 가게를 잘 운영해서 대출금을 갚고, 더 큰 나눔을 실천하고 싶단다.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1억원 이상 고액 개인 기부자 모임)의 회원이 그것. “성공한 사람들이 큰 금액을 기부하는 아너 소사이어티가 있지 않냐. 지금으로서는 큰 꿈이겠지만 나중에 가게가 잘 돼서 주위를 돌아보며 더 많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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