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회장, 이미 물러난 김종렬 사장 등과 함께 하나금융 `3인방`으로 꼽히던 김정태 행장이 차기 하나금융 회장에 오른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행장이 지난 주부터 회장 후보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내부적으론 이미 덕담이 오가는 분위기 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김 행장이 처음부터 `포스트 김승유`로 자리매김한 건 아니다. 그가 회장직에 오르기까지는 외환은행 인수 지연과 김종렬 사장의 사임 등 일련의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사실 올초만 해도 큰 이변이 없는 한 김승유 회장이 1년 더 연임하는 방안이 유력했다. 외환은행 인수를 주도한 김 회장이 통합작업을 마무리하는 방안이 내외부적으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달 11일 김종렬 사장이 외환은행 인수 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돌연 사임하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김 사장 사임 후 약속이나 한 듯 김 회장도 임직원들에게 "나도 이제 쉬고 싶다"면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나금융 `빅3`로 불리던 2인방이 모두 불러나면서 외환은행 통합과정에서 내부조직을 추스릴 수 있는 인물로 김 행장이 자연스럽게 급부상했다.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은 외환은행장에 충실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무게추는 김 행장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김 행장이 얼마나 빨리 `포스트 김승유`의 이미지를 벗고, 하나금융 내부조직 장악과 함께 자신만의 경영 스타일을 드러낼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김 회장에 비해 카리스마와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은데다 외환은행과의 화학적 통합을 앞두고 어려운 환경에서 수장직을 맡아 부담감도 클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김승유 회장이 퇴임 후에도 당분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김 행장의 `홀로서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 직원들은 김 행장에 대한 신임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 한 임원은 "김승유 회장의 말대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만큼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김 회장과 수년간 함께 조직을 이끌어 오면서 터득한 노하우에 김 행장 특유의 색깔을 자연스럽게 입혀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직원들은 하나금융 내부에서 회장이 선출된데 대해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면서 "외부 출신이 회장으로 선임됐다면 혼란이 심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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