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에 미소 짓는 삼성전기 '캐시카우' MLCC

달러·엔 환율, 7월 초 162엔서 한달새 140엔 중반대로
MLCC 1위 日무라타, 엔저 효과에 영업이익 33% 껑충
엔화 강세 땐 무라타 가격 경쟁력↓…삼성전기 반사이익
  • 등록 2024-08-06 오후 3:30:15

    수정 2024-08-06 오후 7:08:27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슈퍼 엔저’ 시대가 저물면서 삼성전기가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커졌다. 핵심 사업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시장에서 1위 기업 일본 무라타가 그간 엔저 수혜를 누렸으나, 이제는 엔화 강세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삼성전기 수원본사. (사진=삼성전기)
6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달러당 145~146엔대를 기록했다. 전날 장중 141엔대까지 떨어졌다가 상승했다(달러화 강세·엔화 약세). 엔화 가치가 하루 새 하락한 것이지만 지난달 초 162엔대에 근접했던 점을 고려하면 강세 추세에 있다는 평가다.

엔화 가치 반등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전망이 강해진 영향이 크다. 일본은 지난달 올해 두 번째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반면 미국은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 양국간 금리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에 엔고 움직임이 탄력을 받았다. 더욱이 지난달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전망을 밑돌아 인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퍼지면서 달러 약세를 야기했다.

엔고 현상은 적어도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급등에 따른 숨 고르기 국면이 예상되나 엔화 추가 절상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 입장에서는 유리한 방향으로 대외 환경이 변하고 있다.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 세계 시장에서 MLCC 1위 기업 무라타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무라타는 IT업 회복 부진으로 인한 전반적인 MLCC 수요 약세에도 불구하고 엔저에 힘입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휩쓸었다.

이에 올해 2분기 삼성전기와 무라타의 실적은 희비가 다소 갈렸다. 삼성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보다 1.5%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런데 무라타는 2024회계연도 1분기인 지난 4~6월 영업이익 664억엔(약 6200억원)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32.5%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무라타는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엔저에 따른 수혜가 컸다”며 “엔화 강세 흐름이 이어진다면 가격 싸움 지형이 보다 대등해질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기는 우호적인 대외 환경에 더해 인공지능(AI)과 전장 수혜 극대화에 집중하며 하반기 MLCC 사업 성장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산업·전장용 MLCC 확대를 위해 시장 상황에 맞춰 증설도 검토한다. 3분기는 ‘맏형’ 삼성전자의 갤럭시 신제품 효과까지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 Z폴드6와 Z플립6를 출시했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에 MLCC와 카메라모듈 등 각종 부품을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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