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에...기업 손해 ‘눈덩이’

화물연대 파업 일주일째 접어들며 산업 전반 피해 확산
포스코, 13일 선재와 냉연 공장 가동 중단
중소 수출업체들, 수출 차질에 위약금 발생까지
화학업계, 출하 평소 대비 10% 수준 줄어
예상했던 것보다 길어진 파업에 대비도 소용없어
  • 등록 2022-06-13 오후 2:55:30

    수정 2022-06-13 오후 2:55:30

[이데일리 함정선 이후섭 기자] 국내에서 원료를 생산, 베트남 투자법인에 운송해 제품을 생산한 후 미국 등에 수출하는 A사는 당장 50억 달러(6억원)에 이르는 위약금을 바이어에 지불할 위기에 놓였다. 화물연대 파업이 길어지면서 원료 출고는 물론, 생산한 원료를 운송해 베트남 투자법인에 보내는 일정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일주일째 접어들며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업이 길어지며 국내 1위 철강사인 포스코마저 공장 가동을 일부 중단하는 등 대기업의 손해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소 수출기업들은 이미 수출 기한을 넘겨 위약금을 물어줄 상황에 처하는 한편, 재고를 쌓아둘 곳을 마련하지 못해 시간이 지날수록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업계 1위 포스코마저 일부 생산 중단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선재와 냉연공장 가동을 오전 7시부터 중단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되고 제품의 육송 출하가 전면 중단된 상황이 지속되며 제철소 내 제품을 더는 쌓아둘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선재공장은 제품창고가 부족해지며 제철소 내 주차장과 도로에까지 제품을 이적하고 있어 1선재공장부터 4선재공까지 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선재공장은 타이어코드용 선재와 피아노 선재, 스프링강 등을 생산하고 있다. 냉연공장은 자동차용, 가전용 제품과 고급 건자재용 소재를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2냉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철강 업계에 따르면 선재와 냉연 제품은 둥근 형태를 지닌 특성상 무조건 높게 쌓을 수 없어 적재 공간이 부족해지면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 외부에 출하하지 못한 제품이 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스코는 공장 가동 중단에 따라 선재제품 하루 약 7500톤(t), 냉연제품 약 4500t 등 하루 총 1만200t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야 하는 자동차 등 관련 업계의 연쇄 타격도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아직 관련 제품을 적재할 공간이 있어 공장을 멈출 상황까지는 아니나 화물연대의 파업이 이보다 길어질 경우 생산 감소 등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현대제철 역시 하루 약 4만t에 이르는 제품을 적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파업 장기화에 따라 제품 출하 중단에 따른 손해가 커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울산과 여수 등 주요 석유화학단지에서 출하가 멈추면서 화학업계의 일 평균 출하량은 하루 7만4000t 대비 10% 수준으로 감소했다. 안 그래도 유가 상승 등 원가가 급등하며 1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진 화학업계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공장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시멘트·레미콘 ‘셧다운’ 위기…회복에도 ‘수십억’ 소요

화물연대 파업 초기부터 피해가 컸던 시멘트·레미콘 업계는 ‘셧다운’ 위기에 놓였다. 시멘트 재고가 포화상태에 다다라 생산마저 멈추면 차후 공장을 다시 가동하는데 수십억원의 비용과 일주일 이상의 기간이 소요돼 피해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미 수도권 공장이 모두 멈춰선 레미콘 업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성수기에는 공휴일에도 하루 평균 1만톤이 출하됐으나, 어제(12일) 출하량은 ‘0’를 기록했다.

문제는 출하 중단 사태가 길어지면서 시멘트 생산마저 중단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멘트는 반제품인 ‘크링카’를 만든 후에, 크링카를 부숴서 첨가제 등을 섞어 완제품으로 만든다. 현재 시멘트를 일시 저장하는 시설인 사일로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반제품인 크링카만 생산하고 있는 상황인데, 크링카를 쌓아놓을 공간마저 부족해지면 핵심 생산시설인 소성로(킬른)까지 멈추면서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으려고 크링카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버티고 있는데, 이마저도 10일 이상 길어지면 생산이 중단될 것”이라며 “킬른을 재가동하려면 1기당 3억~5억원의 비용이 들고, 정상화에 일주일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걱정했다.

시멘트를 원료로 사용하는 레미콘 업체들은 이미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삼표산업과 아주산업은 이미 지난주 전국 모든 공장이 멈췄고, 유진기업도 두어곳 빼고는 생산을 중단했다. 가동 중인 공장 중 한 곳은 오는 14일이면 멈출 것으로 예상되고, 나머지 한 곳도 얼마나 버틸지 모르는 상황이다.

중소 수출기업 ‘위약금’에 원재료 조달 차질까지

중소 수출기업들은 이미 수억원대 위약금이 발생한 곳도 생겨나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접수한 결과 지난달 31일부터 13일까지 총 160건의 애로사항이 접수되기도 했다.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후 수출하는 기업이 다수를 이루는 만큼 원자재 조달 차질, 생산 중단, 납품 지연과 위약금 발생 등 다양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수출 기업 중 25.0%가 납품을 제때 하지 못해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21.9%는 이로 인해 위약금이 발생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운송 수단을 구하지 못해 선박에 물건을 싣지 못하는 차질이 생긴 기업도 18.8%에 이른다.

또한 원자재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는 기업도 15.6%에 이르며 생산을 중단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과 물류비 증가로 손해를 입은 기업도 각각 9.4%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정부와 화물연대가 되도록 빨리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면서 이외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군위탁 화물차량 지원을 늘리는 한편, 운송하지 못한 제품을 보관할 수 있는 컨테이너 등 공간 제공과 선적 지원, 노조가 아닌 화물차에 대한 경찰 에스코트 등의 지원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이 길어야 3~4일이라고 예상하고 대비를 해왔는데 일주일을 넘어서며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며 “기업이 나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보니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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