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현대상선, 실권주 1320억 대신·NH證 배정의 노림수

  • 등록 2010-12-27 오후 8:43:19

    수정 2010-12-28 오전 9:09:33

마켓in | 이 기사는 12월 27일 20시 43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신성우 김재은 기자] 현대그룹은 왜 현대상선(011200) 증자에서 인수단을 버리고 대신증권과 NH투자증권의 손을 잡았을까.

현대상선이 3264억원 유상증자에서 발생한 1320억원의 실권주를 대신·NH증권에 3자배정함에 따라 근저에 깔린 노림수가 주목받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현대건설 인수자금 조달에 나섰던 만큼 외부자금 유입효과를 극대화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막대한 금융비용이 들어간 만큼 인수단 잔액인수때 크게 높아지는 수수료 부담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대신 737억·NH 586억 인수..누이좋고 매부좋고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상선 1020만주(발행가 3만2000원·발행금액 3264억원) 유상증자에서 발생한 실권주 실권주 413만3405주를 대신증권(003540)NH투자증권(016420)에 제3자배정 했다. 각각 230만3405주, 182만주로 금액으로는 737억원, 586억원 등 총 1323억원에 달한다.

3자배정 대상이 흥미로운 것은 우호지분 확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음에도 최대주주 현대로지엠 등 대주주는 배제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최종 실권주는 자연스레 대표주관 동양종금증권 등 4개 증권사로 구성된 인수단이 떠안는 구조였는데도 이를 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으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현대중공업(009540), KCC(002380) 등 범현대가의 증자 불참이 변수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증자후 현대그룹 지분이 40.3%(전량청약 전제)에 이르고 범현대가는 현대건설을 포함해 35%로 낮아지면서 외부자금유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한 외국계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제 3자 배정을 기존주주가 아닌 다른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을 볼 때 우호지분을 유지시켜야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수료 부담도 인수단 배제의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인수계약서 상에는 총실권인수금액이 1000억원이상 1600억원 미만인 경우 실권인수금액 1000억원에 대해서는 5.4%를, 1000억원 초과액에 대해서는 10.0%를 적용한 금액을 수수료로 지급하도록 돼있다. 만일 1323억원을 인수단이 잔액인수할 경우 현대상선이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는 86억원에 달한다. 수수료 치고는 만만찮은 금액이다.

이 같은 상황에 때마침 대신·NH투자증권이 실권주 인수 의향을 밝히면서 이번 딜이 성사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대신증권의 경우 현대상선이 유상증자를 추진할 당시 500억원 한도로 참가의향을 보였으나 배제됐던 것으로 안다"며 "범현대가가 대거 유증에 불참하자 현대상선에서 다시 접촉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투자 목적으로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고 했다.

결국 현대상선 측은 수수료도 아끼고, 기존 계열사인 현대로지엠 등의 내부자금 부담도 덜 수 있도록, 기존에 유상증자에 관심을 보였던 증권사들에게 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우호주주 확보 필요성 낮아져 외부자금 유입 극대화?

향후 실권주의 처리방향도 관심이다. 이번 실권주는 현대상선 증자후 발행주식의 2.7%에 해당한다. 대신증권 등이 단기간 처분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인수가격은 주가(27일 종가 3만6350원) 대비 13.5% 가량 낮은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단기 투자수익을 챙길 개연성도 없지 않지만 대규모 자금을 들여 실권주를 인수한 이상 향후 현대그룹과의 영업적 측면도 고려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정기간 동안은 현대그룹의 우호지분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대신증권의 경우 현재 추진중인 현대엘리베이터의 2900억원 유상증자에서 공동대표주관을 맡고 있기도 하다.

대신증권과 NH증권이 실권주 413만주에 대해 유동화 등을 진행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NH증권은 프로젝트 구조화팀이 현대상선 주식 인수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나 구조화 금융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가장 후순위인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채권을 발행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것.

한 신평사 관계자는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하는 구조는 본 적이 없다"며 "마켓 리스크(변동성)가 매우 커 이를 커버할 만한 적지않은 담보와 신용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주식자체가 최후순위인데, 이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 채권을 발행을 한다는 것은 넌센스"라며 "베타계수가 높은 주식 1000억원을 유동화하더라도 담보자산은 기껏해야 40~50%(400억~500억원)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유동화 기초자산의 절반 이상에 대한 신용보강이 필요하고, 이에 따르는 금융비용 등을 고려하면 현대상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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