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외 삽니다, 헌법 책도요"…`탄핵 가결`에 종이 찾는 시민들

14일 국회 가결 후 언론사 호외 SNS 인증
종이신문 못 구해 고가에 중고거래 시도
헌법·윤석열 키워드 서적의 대출·판매 증가
  • 등록 2024-12-16 오후 2:21:22

    수정 2024-12-16 오후 7:13:43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당일 호외를 찾는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시민들 사이에서 탄핵안 가결 내용이 담긴 호외가 일종의 ‘기념품’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호외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언론사에 남은 신문을 문의하거나 중고 플랫폼을 찾고 있다.

16일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배포된 호외를 찾는 구매 희망글이 게시돼 있다.(사진=번개장터 캡쳐)
온라인 중고거래플랫폼에는 16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날 배포된 언론사 호외를 구한다는 글들이 다수 게시돼 있었다. 한 중고거래 희망자는 실제 신문 가격(1000원)보다 10배 비싼 1만원에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을 실은 종이신문을 구한다고 글을 올렸다. 해당 플랫폼에는 가결 직후 배포된 호외를 241배 비싼 24만 1214원에 거래하고 싶다며 중고거래자를 찾는 작성자도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종이신문을 구한 사람들이 인증샷을 올리면서 사람들의 호응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한 이용자는 “(호외가) 지하철역에 놓여 있어서 얼른 집어왔다”며 “역사적인 날의 활자기록을 놓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부는 “탄핵 호외를 못 받았는데 국회 쪽으로 가면 받을 수 있느냐”, “보면서 두고두고 역사를 기억하고 싶다”며 신문을 못 구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효진(26)씨는 지난 15일 호외 사진을 X(옛 트위터)에 인증했다. 김씨는 “소추안이 가결된 날 집에 가면서 호외를 들고 가는 사람들을 보고 다음날 고속터미널역에서 한 부를 챙겼다”며 “호외 신문이라는 것을 처음 봐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박모(26)씨는 “훗날 집회 현장에 내가 있었다는 것을 회상하기 위해 호외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 사태를 경험하면서 디지털 소외 계층은 호외가 없으면 계엄이 일어난 줄도 몰랐겠다 싶었다”며 “종이신문의 존재의미에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언론사에도 남은 호외가 없는지를 묻는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탄핵에 대한 관심은 신문을 넘어 다른 종이콘텐츠로도 퍼지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지난 15일까지 12일간 ‘헌법’ 관련 서적의 판매 신장률은 이전 같은 기간(11월 22일~12월 3일)보다 15.2% 증가했다. 탄핵의 사유, 그리고 절차 등이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내용을 담은 서적이 관심을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서적도 덩달아 관심을 받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종이신문이 정치참여 욕구를 드러내는 매개체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신문 인증사진은 작금의 사태를 과거처럼 과격한 집회가 아닌 기념할 수 있는 정치 경험으로 공유하고 확산시키고 싶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요즘 청년세대는 정치 의견을 표명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정치 효능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사회변화에 참여하고, 다른 사람과 연대하는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14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한국일보 특별판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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