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본사와 무관합니다"란 이통사 변명

  • 등록 2013-04-24 오후 4:19:12

    수정 2013-04-24 오후 7:19:52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인간은 변명의 동물이다. 태생부터 변명이라는 속성을 타고 났다. 아담은 선악과를 따먹은 이유로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라고 답변한다. 자기 탓보다는 하나님, 아내인 이브의 탓이다. 원죄를 지었을 때부터 이미 변명은 인간의 숙명이 된지도 모른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선의의 변명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변명은 자신이 불리할 때 댄다. 솔직하고 책임을 지기보다는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갈 궁리를 찾는 것이다. 핑계는 계속 핑계를 낳는다.

기업들도 변명을 한다. 이윤 추구가 기업의 기본 속성인 만큼 위기가 오면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변명을 한다. 그럴싸한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변명은 ‘해명’으로 불리게 된다.

보조금 전쟁이 터질때마다 이동통신사에서 하는 흔한 말은 “본사와 무관합니다”라고 답을 한다. 하지만 해명으로 보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기본적으로 이통사들은 대리점과 계약 관계를 갖고 있다. 유통 말단인 판매점은 대리점에서 관리하는 만큼 직접적으로 본사와 관련이 없는 건 사실이다. 특히나 온라인 판매점은 대량의 물건을 판매하면서 대리점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사업을 한다. 물건을 많이 팔수록 리베이트 수준이 올라가는 만큼 때로는 스스로 보조금을 추가로 얹어서 판매를 한다.

KT(030200)발 갤럭시S-3만원 추락사건은 이렇게 말단 판매점에서 무리하게 영업 전략을 짠 게 1차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판매점이 리베이트를 목적으로 자신의 돈을 태운다고 하더라도 ‘갤럭시S3-3만원’ 사태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법정 한도(27만원)를 넘어서는 50~60만원대의 본사 차원의 보조금이 뒷받침돼야 한다. SK텔레콤(017670) 발 옵티머스 LTE3 1천원, 1만원 사건도 해당 시기 SK텔레콤의 번호이동가입자 수 급감을 고려하면 대대적인 보조금 살포로까지는 볼 수 없지만, SK텔레콤과 관련성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통신사 본사도 이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이런 불량 딜러가 ‘계륵’ 같은 존재다. 문제가 터지면 통신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만, 한편으로 이들이 끌어오는 가입자 물량을 무시할 수 없다. 일종의 공생 관계인 셈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본사와 무관합니다’가 아니라 ‘본사와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어느정도 책임이 있는 만큼 즉각 조치를 취하겠습니다’가 맞는 답이다.

‘갤럭시S3-3만원 사태’가 터지자 해당 판매점은 판매 취소 결정을 내렸다. 본사 차원에서 부랴부랴 불을 끈 셈이다. ‘옵티머스 LTE3’ 사건 역시 해당 인터넷 카페에 단말기 공급 중단 통보가 내려지는 등 신속하게 조치됐다.

하지만 통신사 말대로 ‘본사와 무관하다’면 지속적으로 사후관리를 하면서 재발방지를 하는 게 맞다. 그래야 소비자들도 더이상 변명이 아닌 진정한 해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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