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금융권 인사는 2일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055550) 사장을 배임 및 횡령혐의로 고소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대뜸 이렇게 말했다.
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고소하는 과정에 신 사장과 2인자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여온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관여하지 않았을 리 없고 이런 절차가 라 회장 모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그래서 이번 사건을 라 회장이 신 사장을 쳐내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룹 상층부에서 튀고 있는 불꽃과는 별개로 금융권에서 신한금융그룹의 위상은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정평이 난 리스크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일궈내는 탁월한 실적은 4대 금융그룹 가운데 독보적이다. 외국계 IB들이 신한은행을 `한국의 산탄데르`로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금융권에서 이번 사건의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것은 현직 금융지주사 사장을 배임혐의로 고소하는 상상하기 어려운 사건이 탄탄한 실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한금융그룹에서 터져나왔다는 어색함과 이질감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다른 금융그룹은 지배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하는 복잡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신한금융그룹의 지배권 문제는 비교적 단순하다. '누가 라응찬의 뒤를 잇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만큼 올해 72세로 20년째 신한금융그룹을 이끌어 온 라 회장은 신한의 절대적 아이콘이다.
그러나 지난해초부터 이같은 명성에 조금씩 금이 가는 사건들이 생겼다. 박연차 회장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라 회장이 박 회장에게 건넨 50억원이 문제가 됐다. 골프장 지분 매입대금이라는 해명이 받아들여졌지만 문제는 라 회장 명의가 아닌 다른 사람의 통장에서 이 돈이 나왔다는 점.
이 문제로 인해 올해 초 라응찬 회장이 4연임을 할 수 있겠느냐를 놓고 논란이 있어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라 회장의 장기집권 문제는 회장 임기가 끝날 때마다 계속 불거진 단골 레퍼토리였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장기집권이 아니라 개인 비리와 연결된 논란이라는 점에서 좀 달랐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 이번 사건을 라 회장과 신 사장의 대립으로 해석하는 이면에는 박연차 사건으로 불거진 라 회장의 비자금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이번 사건의 불씨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자리한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신 사장의 배임혐의에 배경이 된 경기도 모처의 놀이공원 대출건이 야당과 연결되어 있다는 루머를 거론하며 정치권 공방의 대리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의 어떤 금융회사의 CEO가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장기집권하고 있는지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주인없는 은행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점들과는 180도 다른 성격의 문제들이 신한금융그룹에서는 생기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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