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농장 부부, 흑인 아이 5명 입양해 노예처럼 부려

  • 등록 2024-06-28 오후 3:03:01

    수정 2024-06-28 오후 3:03:01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미국의 한 백인 부부가 흑인 아이 5명을 입양하고 자신들의 농장에서 강제 노동을 시킨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입양된 흑인 아이들이 살던 창고와 아이들을 입양한 백인 부부. (사진=WCHS-TV 캡처)
28일(현지시간) 미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도널드 레이 랜츠(63)와 진 케이 화이트페더(62) 부부는 지난 11일 웨스트버지니아주 카나와카운티 순회법원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했다. 이들은 입양한 5명의 흑인 자녀들을 창고에 가두고 강제노동을 시키는 등 12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된 바 있다.

이들 부부의 범행은 지난해 10월 ‘창고에 10대 아이 두 명이 갇혀 있다’는 이웃 주민의 신고로 세상에 드러났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창고에는 두 명의 아이가 발견됐고, 씻지 못해 악취가 풍기고 맨발에 상처가 나 있는 모습이었다. 창고 안에는 휴대용 변기만 있을 뿐, 전기와 수도가 공급되지 않고 침대 등 가구가 없어 아이들은 맨 콘크리트 바닥에서 잠을 자야 했다. 경찰이 확인한 5명의 아이들은 각 6세, 9세, 11세, 14세, 16세다.

백인 부부의 창고 내부. (사진=WCHS-TV 캡처)
그러나 이들 부부는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화이트페더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아이들이 창고에 있는 걸 ‘클럽하우스’라고 부르며 좋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웃 주민들은 “아이들이 농장에서 노동할 것을 강요당했다” “아이들에게는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증언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들 부부는 1인당 20만 달러(약 2억 3779만 원)로 책정된 보석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과 목장 등을 판매할 예정이었지만, 검찰은 “이 자금은 (자녀들의) 강제노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보석금 상향을 법원에 요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1인당 50만 달러(약 6억 9349만 원)로 두 배 이상 올렸다.

한편, 재판부는 “아이들은 인종을 이유 삼아 노예로 부려졌다”며 “판사로 재직하는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소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에 대한 재판은 9월 9일 진행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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