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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지난 10일 열린 3차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윤경은 전 KB증권 각자대표·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등 3명에겐 ‘직무정지’,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는 ‘문책경고’ 등 중징계를 건의하기로 확정했다. 또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주의적 경고’로 수위를 결정했다. 박정림 대표와 김병철 전 대표 등은 원안보다 한 단계씩 경감이 이뤄졌다.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 정지 △해임 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해당 CEO는 연임이 제한되고 3~5년 간 금융권에 취업도 할 수 없다. 직무정지는 향후 4년간, 문책경고는 3년간 금융권 취업을 제한받는다.
금감원 측은 “심의대상이 대규모 투자자 피해 및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중요 사안인 점 등을 감안했다”며 “증권사 측 관계자들(법률대리인 포함)과 검사국의 진술 설명을 충분히 청취, 제반 사실관계 및 입증자료 등을 면밀히 살피는 등 매우 신중하고 심도있는 심의를 통해 의결했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통제기준은 어느 회사나 다 있는데 상품별로 조목조목 맞춤형 내부통제가 있을 수 없다”며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못 마련했다는 건 포괄적이고 모호한 잣대이고 행위자가 큰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행위자가 아닌 CEO를 중징계한 것은 작위적인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론도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후수습은 금융기관 입장에선 당연히 감내를 해야 할 부분이지만 CEO 개인에게까지 책임을 확대해 처벌을 하는 것은 처벌을 위한 처벌에 불과하다”며 “증권가에선 금감원이 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금융당국 스스로가 제대로 감독 관리이나 내부통제 못한 것도 많은데, 증권사 CEO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라임 사태로 징계를 받은 증권사들은 이번 금감원 제재심 이후 남은 절차를 고려해 “증선위, 금융위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신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선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 등은 회사를 떠난 전직 CEO가 징계 대상이고, KB증권은 현직 CEO가 대상이라 향후 대응에서도 온도차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 등은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대체로 낮게 보고 있다. 그러나 박정림 대표가 중징계를 받은 KB증권은 최종 결과에 따라 행정소송 등 법적 분쟁이 벌어질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올 초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정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이 불복, 행정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법원이 징계 효력을 정지시켰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가 최종 확정될 경우 옵티머스펀드 등 다른 사모펀드 사태에도 영향을 미쳐 CEO급 인력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증권업은 사람이 자산인 업(業)이고 CEO가 되려면 풍부한 경험과 리스크관리 등을 다 거쳐 올라간 사람”이라며 “금융당국의 책임 전가로 인해 CEO의 중징계가 연이어 벌어지면 경험을 가진 인재가 전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