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발' 조양호 회장, 한진해운 용선료 협상 전면 나설까

시스팬 회장, 조 회장 만나 '조정'에 긍정적 반응
지난달 해운동맹 가입에도 조 회장 인맥 큰 역할
  • 등록 2016-06-17 오후 4:12:56

    수정 2016-06-17 오후 4:12:56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한진해운(117930) 경영정상화에 용선료 협상이 주요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전세계에 풍부한 인맥을 갖춘 오너 CEO 조 회장이 직접 나서야만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의 3가지 전제조건 가운데 용선료 협상에 발목을 잡혀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초 영국계 로펌 ‘프레시필즈’를 협상 대리인으로 선정하고 협상팀을 꾸려 22개 해외 선주들과 접촉에 나섰다. 용선료 조정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1차 협상을 모든 선주들과 완료한 가운데 후속 논의를 진행중이다. 한진해운은 향후 3년6개월간 지불해야 하는 용선료 2조6000억원의 30%(7800억원)를 조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에는 조양호 회장이 용선료 협상을 거들고 나서면서 힘을 실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14일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에서 한진해운의 최대 선주인 캐나다 컨테이너선사 시스팬 게리 왕 회장을 만나 자율협약에 의한 구조조정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했다. 한진해운 측은 왕 회장이 이 자리에서 용선료 조정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왕 회장은 그동안 한진해운의 용선료 연체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최근에는 외신을 통해 용선료 인하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조 회장이 직접 나선 협상 테이블에서 ‘조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대상선의 전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 진행중인 용선료 협상은 ‘인하’가 아니라 사실상 ‘조정’이다.

조양호 회장은 앞서 지난달 한진해운의 ‘디(THE) 얼라이언스’ 가입 당시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꾸준한 대외활동을 통해 축적된 인맥의 중요성을 확인시킨 바 있다. 조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던 지난 3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홍콩에서 열린 세계 컨테이너선사 최고 경영자 모임 ‘박스클럽(Box Club)’ 회의에 참석해 주요 해운관련 인사들과 만나 새로운 얼라이언스 결성을 타진했다.

한진해운이 난관을 헤치고 용선료 협상 타결에 이르기까지 조 회장이 더 많은 선주를 만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외 선주들에겐 고객사 오너 총수의 제안은 그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에서 막판까지 버티던 영국 조디악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던 것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편지 덕분이었다.

한편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 이외 나머지 과제들을 충실히 이행해 가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을 완료한 한진해운은 이날 사채권자 집회에서 1900억원 규모 사채 만기연장에 성공했다. 올해와 내년 1조원 이상 사채의 만기가 도래하지만 현대상선의 전례에 비춰봤을 때 사채권자들로서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이변이 없는 한 남은 채무조정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은 그동안 꾸준히 세계 주요 선주들을 만나왔다”면서 “용선료 협상 관련 실무는 프레시필즈와 협상팀이 전담하고 있으며 조 회장이 추후 다른 선주들을 만나는 지 여부는 현재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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