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할아버지, 삼성 CEO에 밑줄치며 읽어준 글귀는

최지성 부회장 등 삼성사장단 및 임직원, '쪽방촌 봉사활동'전개
  • 등록 2010-12-15 오후 4:07:41

    수정 2010-12-20 오후 3:04:36

[이데일리 서영지 기자] 영하의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15일 아침 서울 창신동 쪽방촌의 좁은 골목길은 삼성에서 봉사활동을 나온 임직원들로 여느때와 달리 활기찬 모습이었다.

이 가운데에는 쌀, 라면 등 생필품이 담긴 박스를 독거노인들에게 배달하며 인사를 건네는 최지성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사진)의 모습도 보였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서울 창신동 쪽방촌의 한 할아버지를 찾아 생필품 등을 건네며 대화를 하고 있다.

 
◇ '베풀지 않는 곳에는 재물이 모이지 않는다'
 
최 부회장의 방문을 받은 한 할아버지는 인사를 나누고 난 뒤 전기장판 밑에 미리 덥혀둔 쌍화탕을 건넸다. 그는 대화 도중 최 부회장에게 “어제 뉴스에 유기견이 많다는 것을 보고 삼성이 유기견 입양운동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다”고 제안했다.
 
최 부회장은 “강요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다양하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할아버지는 ‘조용헌의 담화’라는 책을 펼쳐보이며 '베풀지 않는곳에 재물이 모이지 않는다'는 구절을 읽어주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건강하셔야 본인도 힘들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인사를 건넨 후 방을 나섰다.

최 부회장은 봉사 활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제조업의 실종과 함께 쪽방촌 사람들의 일거리도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 현실에 대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제조업이 사라져서 문제지요. 그래서 일자리가 없고..(쪽방촌) 사람들이 자활할 수 있는 체계가 무너지는 것"이라면서 "예전에 산동네나 달동네에서는 단추를 맞추거나 스웨터를 꿰매는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것마저도 다 중국 같은 곳으로 갔다"며 안타까워했다.
 
◇ `제조업 실종되면 쪽방촌 일거리도 사라져`
 
그는 "쪽방은 대도시 주변, 뭔가 일거리가 있는 곳에 생긴다"며 "멕시코에서는 제조업이 자꾸 커지니까 전국의 노동자들이 모여들어 판자촌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몇년이 흐르자 그 지역이 공장 지대가 되고 벽돌집이 세워지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으로 공장을 보내) 외주 생산을 하면 우리도 편하다. 상생협력이니 동반성장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며 "그러나 제조업을 한번 놓고 가면 망하는 것이다. 제조업이 우리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 부회장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평소의 생각도 밝혔다. 그는 "삼성은 기업이니까 봉사활동을 하더라도 효율적으로 선순환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면서 "주로 내수를 위주로 하는 신사업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환경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기업을 만들어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에서 올해 봉사기금 100억원을 모아 펀드를 만들었는데 70일 정도가 넘은 뒤 두배까지 올랐다"며 "하지만 펀드가 늘어나는 것보다 쓸 곳이 더 많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최 부회장 등 삼성그룹 사장단 26명과 임직원은 서울지역 3400개 가구를 포함, 전국 6000여 쪽방 가구에 1억5000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배달했다. 삼성은 지난 2004년부터 7년동안 12월 중순이면 어김없이 '쪽방촌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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