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보너스’로 불렸던 연말정산은 그동안 유리지갑인 직장인에게 짭짤한 부수입원이었다. 그런데 올 연말정산부터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환급은커녕 세금을 더 물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배신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 셈이다. 고소득층보다 가계살림이 팍팍해진 중산층 이하 가구에서의 상대적 박탈감과 불만의 강도는 더 세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올해 처음 시행하는 연말정산 시스템이 저소득자보다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부담시키는 것이라며 형평성 차원에서 맞다고 주장한다. 늘어난 세금도 복지 재원으로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뿔난’ 직장인들에게는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 증세논란까지 더해지며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전문가들은 악화된 민심을 정부와 여당이 제때 수습하지 못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3년 차 국정운영의 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與 “중산층 예상보다 세부담 늘었다” 인정…‘민심이반’ 우려 커져
여당은 연말정산 논란이 본격화하자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19일까지 중산층 이하 가구의 세부담은 늘지 않는다며 정부와 보조를 맞췄지만, 20일에 중산층 가구의 세부담이 예상보다 많이 늘었다며 한발 물러섰다.
새누리당은 현 정권 출범 이후 경제 여건이 나아지지 않은 가운데 담뱃값 인상에 이어 이번 연말정산 논란이 자칫 증세 논란으로 옮겨지며 민심이반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이 수용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여러 문제점을 면밀하게 검토해 이른 시일 내 보완책을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권력암투와 항명 파동 등 정치적인 문제에 이어 새해 초 국민의 호주머니와 직결되는 ‘연말정산’ 논란이 불거진 것은 청와대와 여당에 큰 악재”라며 “대책 마련을 미루고 우왕좌왕하면 집권 3년 차 초부터 민심이 등을 돌리고 결국 국정 운영의 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공세수위 높이는 野…“이번 논란서 자유롭지 못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연일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서민·중산층 증세 논란까지 더해 전선을 넓히고 있다.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13월의 세금폭탄’이 된 연말정산이 직장인의 유리지갑을 털고 있다”며 “연말정산 논란의 원인은 부자 감세에 따른 세수부족이고, 부족한 세수를 서민에 떠넘기면서 서민증세로 이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수를 추계한 이후 세액공제율을 현행 15%에서 20%로 5포인트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세액공제율을 20%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설 전후에) 공청회도 열어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새정치연합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의 전환에 합의했기 때문에 이번 연말정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말정산 논란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된 것은 물론 공제 자체가 축소되고, 근로소득공제 축소에 집중되면서 사실상 증세 됐기 때문에 직장인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는 근로소득이 아닌 자본소득과세 강화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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