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고급차 전략.. 차세대 변속기 개발 승부수

후륜구동 10단 자동변속기 독자개발 추진
주행성능 브랜드 가치 높이기 좌우.. 기술개발 박차
  • 등록 2013-07-10 오후 4:29:26

    수정 2013-07-10 오후 4:29:26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차량 성능과 연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차세대 변속기 연구·개발(R&D)에 승부수를 띄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10일 “차량 성능향상을 통한 질적 성장을 위해 내년을 목표로 전륜구동 8단 자동변속기와 후륜구동 10단 자동변속기의 독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가 2010년 완성차 업체로는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후륜구동형 8단 자동변속기. 현대·기아차 제공
변속기는 엔진의 회전을 차량의 주행상태에 맞는 속도와 구동력으로 변환하는 장치다. 엔진과 더불어 차량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라는 점에서 변속기 기술력은 곧 자동차 회사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다.

최근 출시되는 글로벌 신차들은 6단 변속기가 주류로 부상하고 있으며, 고급차량을 중심으로 7단과 8단 변속기 적용도 확대되는 추세다.

현대·기아차가 전륜 8단과 후륜 10단 자동변속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브랜드 가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모던 프리미엄’을 슬로건으로 고급차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국내에서 수입차와 경쟁하고, 해외에서 고급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선 글로벌 경쟁사를 뛰어넘는 주행성능을 갖출 수 있는 변속기 기술력이 필수적이다.

변속기 단수는 연비뿐만 아니라 승차감과 정숙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건물 한 개 층을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계단수가 4개보다는 8개일 때 보폭을 줄여 쉽게 오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변속기의 단수가 높아지면 중량이 무거워져 연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차량 가격도 비싸진다는 단점은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 중 8단 변속기는 도요타가 2006년 렉서스 LS에 최초로 탑재했고, 이후 BMW 7시리즈, 아우디는 A8, 크라이슬러 300C 등이 적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0년 ‘후륜 8단 자동변속기’를 독자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부품업체를 포함해선 독일의 ZF, 일본의 아이신에 이은 세계 3번째, 완성차 업체로는 세계 최초의 성과다.

현대자동차(005380)가 2011년 3월 선보인 2012년형 에쿠스와 제네시스는 독자 개발한 후륜 8단 자동변속기가 처음 장착된 모델로 그동안 독일 ZF와 일본 아이신에서 수입한 후륜 6단 자동변속기를 대체했다. 기아자동차(000270)가 지난해 출시한 플래그십 세단 K9를 비롯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에도 후륜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있다.

현대·기아차의 변속기 투자확대는 계열사인 현대파워텍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변속기 생산을 맡고 있는 현대파워텍의 지난해 매출은 2조9548억원으로 전년대비 5.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339억원으로 18.5% 늘었다. 해외시장에서 기술력도 인정받아 2009년 중국 완성차업체인 장성기차, 화신기차를 시작으로 2011년부터 크라이슬러로부터 자동변속기를 수주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변속기의 성능은 차량 성능과 연비에 직결되기 때문에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완성차 업계 최초로 8단 후륜 자동변속기를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독자적인 10단 자동변속기 개발을 통해 변속기 시장의 선두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독자 개발한 8단 후륜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현대차 에쿠스(위)와 기아차 K9(아래). 현대·기아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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