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간) 117년 역사의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사망하고 140여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은 ‘애국 기념일’로 미국 매사추세츠주와 메인주에서는 마라톤과 스포츠 경기로 축제를 즐긴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축제는 온통 아비규환이 됐다. 특히 사망자 중에는 마라톤 행사를 구경하던 8세 소년도 포함돼 미국 국민들은 더욱 애통해하고 있다.
◆ 결승선에서 두 차례 폭발 …‘아비규환’
이날 보스턴 마라톤이 열린 오후 2시 50분쯤 마라톤 결승점인 673 보일스턴 거리 부근에서 두 차례 폭발이 발생했다.
수 천명의 마라토너들이 이미 결승선을 통과한 뒤 폭발이 발생했지만 당시 결승선 주변에는 골인하는 참가자들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관중들이 몰렸던 만큼 부상자들이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당시 현장은 다리와 팔이 절단돼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의 절규로 가득찼다.
또 당시 공포에 질린 마라톤 참가자와 관람객, 현장 구급대원들이 한데 뭉쳐 아수라장이 됐다.
당시 인근 빌딩안에 있던 한 시민은 “첫 번째 폭발 충격이 빌딩을 덮쳤는데 대포처럼 거대한 폭발이었다”며 “두 번째 폭발 위력은 더욱 커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고 말했다.
◆ 美 당국, 테러 가능성에 초점..사우디 국적자가 용의자로
CBS 방송은 이날 폭발물이 마라톤 코스 주변에 설치된 쓰레기통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당시 근처에는 두 개의 배낭을 매고 있는 검은 피부의 남성이 감시카메라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경찰측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에드워드 데이비스 경찰국장은 “아직 폭탄 설치지점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쓰레기통에 숨겨져 있었다는 것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기사에 나온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남자가 연행되거나 체포된 사실이 없다”면서 “아직 정확한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현지 언론들은 미국 백악관 관계자와 연방수사국(FBI)이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FBI와 보스턴 경찰측은 “이번 사건은 치밀하게 계획된 테러사건”이라고 밝혔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성급하게 (테러라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면서 “범인을 반드시 찾아 책임을 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테러 경계령’ 강화
이번 사건으로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테러 경계령을 내리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마라톤 현장 부근에서 폭발장치 다섯개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미국 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날 티디 가든에서 열릴 예정이던 또 다른 축제인 미국프로풋볼리그(NFL) 보스턴 브루인스 경기도 연기됐다.
보스턴 뿐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경찰 당국도 시민이 많이 모이는 주요 장소에 대한 특별 경계를 지시했다.
이 밖에 21일로 예정된 런던 마라톤은 한 때 최소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보안 상황을 재검토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집권 2기 들어간 오바마, 美 안보 ‘시험대’ 올라
이번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규명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테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일 9ㆍ11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 같은 이슬람 테러조직이 이번 사건의 배후로 밝혀지면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정치적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9년 6월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해 미국과 이슬람 간의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며 화해를 추진해 왔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공화당은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전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진 ‘벵가지 테러 사건’과 관련해 아직까지 오바마 행정부의 책임을 묻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공화당 등 정치권은 오바마 행정부의 안보정책을 거세게 비난하며 대책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