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아들도 의대 빚 5억..美 의료제도 골병

등록금 부담에 특정분야 의료기피 심화
  • 등록 2013-04-12 오후 5:41:05

    수정 2013-04-12 오후 5:41:05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미국 의사들이 대학 등록금 부담으로 돈 안되는 특정 분야 진출을 꺼리면서 미국 의료제도가 기형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 총재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도 지난해 의회에 출석해 자신 아들의 대학등록금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을 토로했다. 버냉키 의장은 아들이 의과대학에 다니느라 떠안게 된 등록금 빚만 40만달러(약 4억50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국의과대학협회에 따르면 2013년 미국의 사립 의과대학 등록금은 5만309달러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또 사립 의과대학에 다니려면 등록금을 포함해 연간 27만8455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사립보다 저렴한 국공립 의과대학에 다니려면 연간 20만7868달러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의과대학 졸업자들의 빚은 1인당 17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의과대학 인기는 사그러들 줄 모르고 있지만 의사 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의과대학 지원자는 사상 최고 규모에 달했다. 2002년 2만4884명에 그쳤던 의과대학 지원자는 2012년에는 3만3772명으로 늘었다. 의과대학에 진학한 학생 수도 1.5% 늘어난 1만9517명으로 역대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명연장, 인구고령화 등으로 2025년에는 의사가 13만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의과대학 등록금이 의대생들의 빛 부담을 늘려 돈벌이가 되지 않는 의료분야 선택을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의료분야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해질 것이란 얘기다.

의과대학을 비롯한 대학원 등록금 이자는 연간 6.8∼7.9%에 달하며 이는 10년짜리 국공채는 물론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할부대출금 이자보다 훨씬 비싸다. 담보나 신용기록없이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엄청나게 불어나는 대출금 빚을 갚느라 허덕일 수밖에 없다는 게 학생들의 푸념이다.

뉴저지주에서 마취과 레지던트로 일하고 있는 데이빗 린(30)은 의과대학 등록금 등으로 진 빚이 32만5000달러나 된다. 그가 한달에 지불하는 이자만도 450달러다.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이제야 빚의 원금을 겨우 갚아가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의대 졸업생들이 돈이 안되는 소아과, 암전문의와 같은 기본적인 의료분야의 진출을 꺼리게 돼 또다른 사회문제를 낳고 있는 셈이다.

플로리다대학 의대생인 제이콥 번스(23)는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등록금 관련 빚이 22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의과대학협회는 의과대학 졸업자의 27%가량이 등록금 빚을 감안해 전공을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의사들의 수급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 등록금 이자를 크게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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