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은 지난 한달동안 "(인사를)될 수 있는대로 넓게 하고 싶다"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고 잇따라 강조하며 이번 인사에 대한 '큰 그림'을 내보였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지난 3월 경영 복귀 이후 첫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수개월 간 '조직 구상'에 대한 고심을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깜짝인사'는 그동안 이 회장이 고심끝에 빼어든 '첫번째 칼'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앞으로 김순택 부회장-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이재용 부사장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 체제로 운영되면서 이 체제를 받쳐줄 대규모 조직 및 인사 개편도 예고되고 있다.
◇ 전략기획실의 부활...'새 부대엔 새 사람으로'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이날 인사를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대해 "이 회장이 '21세기 변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심하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의 힘을 다 모으고 사람도 바꿔야 한다'고 밝히면서 그룹조직을 다시 만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경영 복귀 직후 밝혔던 '위기론'에 이은 또 다른 '위기론'이다. 특히 복귀 이후 삼성 안팎에서는 과거 전략기획실의 역할을 담당할 '컨트롤 타워'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인용 팀장도 이날 '그룹조직'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과거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성격이라고 밝히면서 "새로 출범하는 것을 계기로 일부 언론이 지적했듯이 부정적인 이미지, 부정적인 관행, 이런 것들을 씻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날 갑작스런 인사에 대해서도 "김 부회장은 새로 조직되는 그룹 조직의 책임자이고, 이학수 고문은 과거 전략기획실을 이끌었던 분이기 때문에 과거 전략기획실에 대한 문책의 성격이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는 21세기 삼성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부활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이끌 사람은 바꿔야 한다는 이 회장의 의중이 담긴 셈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학수 고문 등의 2선 퇴진 등을 놓고 일부에서는 '진짜 그렇냐'고 의심하고 있지만 다시는 경영 일선에 복귀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번 인사에 따라 삼성은 앞으로 김순택-최지성-이재용 삼각편대가 전반적인 그룹 경영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김순택 부회장은 이 회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역을 맡으면서 경영 승계 작업, 그룹 핵심 신사업 등을 챙길 예정이다.
특히 김 부회장은 삼성의 비서실에서 거의 20년 동안 근무해온 인물이다. 또 삼성중공업 건설기계부문 대표이사와 삼성SDI 대표이사을 맡으면서 현장 경영 경험도 풍부한 점이 이번 발탁 인사의 배경이 됐다.
또 50대인 최 사장은 이 회장이 강조한 '젊은 인물'에 적임자로 꼽힌다. 특히 올해 이 회장이 경영 복귀 이후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는 데 기여한 점도 내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사장은 이들로부터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이재용체제'를 더욱 굳혀나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이 회장의 지적대로 미래의 삼성을 대비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승계 작업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이재용 체제'를 위한 '큰 그림'이 이번 연말 인사에서 대규모 인사개편과 함께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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