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아시아나·대한통운 매물로 등장하나

박삼구 회장 일가, 주력 계열사 4개 경영..소유권은 금호타이어 뿐
채권단, 금호산업 아시아나 대한통운 경영권 확보..정상화후 매각할 듯
박찬구-박철완 결국 백기투항..금호석유화학 경영권·소유권 확보
  • 등록 2010-02-09 오후 5:42:35

    수정 2010-02-09 오후 5:42:35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대주주(오너)들이 오너들의 그룹 분리 경영안에 합의함에 따라 금호그룹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채권단이 금호산업 대주주의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금호산업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이 시장의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박삼구 명예회장은 금호타이어 경영권만 갖고, 박삼구 명예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박찬구 전(前) 석유화학부문 회장 등은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을 행사하는데 만족해야 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금호그룹은 사실상 그룹의 면모를 잃게 된다.   

◇ 박삼구 회장 주력 4개 계열사 경영

산업은행과 금호가(家) 오너들이 합의한 계열사 경영 분리안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 일가는 금호타이어 경영을 맡고, 박찬구-박철완 일가는 금호석유화학 경영을 책임진다. 박삼구 회장 일가는 채권단 동의하에 금호산업 경영도 맡는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도 금호석유화학에서 금호산업으로 다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금호석유화학으로 넘어간 지분이 금호산업으로 원상복귀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체결할 경영 정상화 이행약정(MOU)에 아시아나항공 지분 처리 문제도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호산업이 지분을 되사들일 자금이 없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가 되면 대한통운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대한통운 지분은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각각 23.95%씩 갖고 있다. 대우건설 주식 절반 이상이 앞으로 산업은행 주도의 사모펀드(PEF)로 팔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채권단이 대한통운 소유권을 갖게 되는 셈이다.

결국 박삼구 회장 일가는 채권단 동의라는 전제하에 금호산업을 정점으로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금호타이어 등 4개 주력계열사 경영을 책임지게 된다. 

◇ "금호산업 대주주 경영보장 없다"..아시아나·대한통운도 매물 가능성↑

하지만 경영권과 소유권을 분리해 생각해보면 박삼구 회장이 얻은 것은 금호타이어 뿐이다. 현재로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은 시장의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박삼구 회장 일가는 금호산업 경영권을 행사할 만한 지분을 확보할 자금이 없다. 현재 박삼구- 박세창 부자(父子)가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에 대해 보유한 주식은 2.84%에 불과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무 재조정이 진행되면 대주주 감자나 채권단 출자전환 등으로 박삼구 일가 지분이 거의 사라진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에게 금호산업 대표이사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줬지만 그 권한도 채권단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주식이 없는 대주주는 사실상 전문경영인이다.

더구나 채권단은 금호산업을 되살 수 있는 주식 우선매수청구권도 보장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을 가진 박찬구 - 박철완 일가는 금호산업 경영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경영정상화에 따른 혜택을 줄 수가 없다. 금호산업 경영을 맡게 될 박삼구 회장 일가는 경영이 정상화되더라도 금호산업 주식을 사들일 자금이 없다.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금호산업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할 대상이 없다"며 "경영이 정상화되면 결국 시장에 팔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작년말 금호가 대주주들과 산업은행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해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경영 정상화 이후 금호가 대주주들에게 채권단 출자전환 주식을 우선 되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합의했었다.

◇ 채권단 `위너`..박삼구 `루저`

금호타이어는 사정이 다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경영이 정상화되면 박삼구 명예회장에게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초 계획과 달리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에 대해서도 감자나 출자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식 우선매수청구 대상은 채권단 출자전환 지분이다. 채권단은 현행 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을 우선 낮춘 후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의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표 참조

채권단 관계자는 "계열사 독립 경영을 위해 대주주들간 지분 정리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팔아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입하거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과 맞교환(스왑)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박삼구 회장이 경영을 책임지는 회사는 4개 그룹 주력계열사지만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계열사는 금호타이어만 남게 된다. 금호타이어는 금호그룹 6개 주력계열사 중 덩치가 가장 작다.

이렇게 되면 채권단이 채권단-대주주간 `치킨게임`의 최대 위너(승자)가 되고 박삼구 회장은 가장 많은 것을 잃은 루저(패배자)가 되는 셈이다. 박삼구 회장은 그룹 내에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를 잇따라 주도했다.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있어 가장 큰 책임자인 셈이다. 

반면 채권단은 출자전환 이후 금호산업 최대주주가 되며 나중에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할 때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을 묶어 팔 수 있는 옵션까지 갖게 됐다.

◇ 박찬구- 박철완 `백기투항`..석유화학 소유권만 인정

박찬구 전 회장 부자와 박철완 부장 일가는 금호석유화학과 화학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 뿐만 아니라 소유권도 갖고 있다. 박찬구 전 회장 부자와 박철완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29%로 현재도 사실상 금호석유화학 최대 주주다.

게다가 금호석유화학은 채권단 자율협약에 따라 구조조정을 추진, 금호산업이나 금호타이어 등 워크아웃 계열사에 비교해 채권단의 간섭 정도가 덜하다. 박찬구 박철완 일가가 포기한 것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통운에 대한 지배권이다.

이들이 산업은행 안에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도 앞으로 금호석유화학이 채권단과 체결할 양해각서(MOU)에 이런 내용을 포함시켜야 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이 당초 생각했던 원안이 그대로 관철된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 구조상 박삼구 박철완 일가가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소유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산업은행이 당초 예상했던 안을 대주주들이 결국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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