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 中에 빼돌린 ‘최 대표’, 삼성 부사장 출신이었다

‘中기업 고문’ 국내 기술인력 빼돌린 혐의
불법 헤드헌팅통해 핵심인력 상당수 中 이직
브로커 처벌 규정 미비…법안 상임위 계류 중
경찰, 반도체 공정기술 中 유출 사건 마무리
  • 등록 2024-12-03 오후 12:00:00

    수정 2024-12-03 오후 7:06:30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경찰이 삼성전자 20나노급 D램 반도체 공정기술을 중국 업체에 빼돌린 사건과 관련해 국내 반도체 전문인력을 중국 현지 업체에 이직 알선한 업체 대표 3명을 검찰에 넘겼다. 이로써 국내 반도체업체 임원 출신의 반도체 공정기술 유출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는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국내 반도체 전문인력들을 중국 현지의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CHJS)에 이직 알선해 인력을 유출한 혐의로 컨설팅업체 대표 A(64)씨를 3일 구속 송치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국내 전문인력을 유출한 헤드헌팅업체 대표 2명과 헤드헌팅업체 1개사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업체 엔지니어 출신인 A씨는 청두가오전 설립 초기 단계부터 고문으로 활동했다. 그는 국내에서 컨설팅 관련 회사를 설립해 엔지니어로 일할 당시 구성했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반도체 핵심 인력들에게 접근해 고액 연봉 등을 제안하며 청두가오전에 이직을 알선했다. 직업안정법상 국외 유료직업소개업은 고용노동부 장관에 등록을 해야 하지만 A씨는 그러지 않고 국내 핵심인력들의 일자리를 알선했고 상당액의 대가를 받아왔다.

청두가오전은 설립 초기부터 A씨를 비롯해 무등록 헤드헌팅업체를 통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인력 상당수를 지속적으로 영입해왔다. 경찰은 이같은 불법 인력중개를 통해 청두가오전이 중국 현지에 D램 반도체 연구·제조공장 건설에 착수하고 나아가 단기간에 시범 웨이퍼까지 생산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청두가오전은 경찰 수사로 양산 단계까지는 진입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국내 엔지니어 1~2명이 개별적으로 해외로 이직하는 수준의 기술유출이 아닌 국내 반도체 업체 임원 출신이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해 회사를 만들고 국내 반도체 핵심인력을 집중적으로 이직해 삼성전자의 20나노급 반도체 생산을 시도한 중대 사건으로 보고 있다. 유출된 삼성전자 기술의 경제적 가치가 4조 3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피해자금액은 그 이상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기술인력 알선업자에 대해 직업안정법을 적용해 수사단계에서 구속한 첫 사례다. 그간 현행법상 기술인력 브로커는 적용 법령이 마땅치 않아 처벌하기 어려웠다. 현재 국가핵심기술 탈취를 위한 소개·유인·알선에 관한 처벌 규정을 포함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만 겨우 통과한 상황이다. 경찰은 “기술유출과 달리 ‘인력유출’ 방식으로의 기술 유출은 통제가 어렵고 규제 회피가 용이하다”며 “엄정한 법 개정을 통해 사회적 경종을 올릴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송치를 끝으로 삼성전자 20나노급 D램 반도체 공정기술을 중국 업체에 빼돌린 사건을 마무리했다. 앞으로 경찰은 전문 수사요원을 투입해 국가핵심기술에 대한 첩보 수집을 강화하는 등 기술인력 유출 사안에 대해 적극적이고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사건의 핵심 주범으로 꼽히는 최모 청두가오전 대표와 오모 청두가오전 개발실장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공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당초 최 대표와 오 개발실장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보석이 받아들여져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최 대표는 삼성전자 임원, 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냈던 인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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