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5번째 부분파업.. 임단협 장기화 우려

누적 생산차질 2만3748대로 늘어
사측, 노조 요구안에 '난색'
  • 등록 2013-08-28 오후 4:54:25

    수정 2013-08-28 오후 4:54:25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현대자동차(005380) 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상과 관련, 28일 5번째 부분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파업과 별개로 협상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사측이 70여개에 달하는 노조 요구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자칫 협상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울산·아산·전주공장에서 총 8시간의 부분파업과 70분의 잔업을 거부했다. 근무 1조는 오전 11시 반부터 4시간, 근무 2조는 오후 8시 10분부터 4시간 동안 조업을 멈춘다. 29일 0시 20분부터 이어지는 70분 동안의 잔업도 중단됐다.

올 들어 5번째 부분파업, 누적 생산차질 2만3748대

현대차 노조는 올 들어 지금까지 총 5차례의 부분파업을 벌였다. 근무 1·2조가 지난 20~21일 하루 2시간씩, 23일과 26일에는 4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였다.

사측은 28일 총 8시간의 부분파업으로 3787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산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770억원이다. 올해 임단협 부분파업에 따른 누적 생산차질도 2만3748대(4888억원)로 늘었다.

현대차 노사는 파업과 별도로 29~30일에도 올해 임단협 본교섭을 열 계획이다. 그러나 노사간 의견 차이는 여전히 크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7일 협상에서 유급휴일 근무수당 조정 등 27개 안에 합의했으나, 노조 요구안은 세부 조항까지 따지면 180여 개에 이르는데다 사측은 일부 조항에 대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오는 30일에도 4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문용문 노조위원장은 이날 파업 집회에서 “회사 측이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고 조합원이 이해할 만한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더 강력한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9월 말에는 현대차 노조위원장 선거가 예정돼 있어 협상 타결까지는 더 어려운 상황이다. 차기 위원장을 노리는 현장 조직들이 선명성 경쟁 때문에 현 집행부에 반발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사 대표가 서로 양보해 합의안을 내놓더라도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

노조 요구안 세부조항 180여 개 어떻기에

현대차의 올해 임단협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것은 노조의 요구안이 적지 않은데다 일부는 사측이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의 요구안은 임금 13만498원 인상, 단협 개정 및 신설 60개항, 별도 요구안 13개, 휴일특근 추가협의안 등 총 75개안이다. 세부안을 포함하면 총 180여개에 달한다.

사측이 특히 난감해하는 안은 ▲노조활동에 대한 조건 없는 면책특권 ▲정년 만 61세 연장 ▲차량 구매시 최대 35% 할인 ▲대학 미진학 자녀 기술취득지원금 1000만원 지급 ▲미사용 생리휴가에 대한 통상임금 150% 지급 등이다.

사측은 노조 활동에 대한 무조건적 면책 특권은 자의적으로 해석해 노조의 활동 범위가 무한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년 만 61세 연장과 미사용 생리휴가에 대한 통상임금 150% 지급도 현행법을 초과하는 만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올 들어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했지만, 현대차는 이보다 앞서 사실상 정년 60세를 보장해 왔다. 정년 만 58세에 본인 희망할 때 1년 더 연장하고 회사 필요하면 계약직으로 1년 추가하는 방식이다.

생리휴가도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20인 이상 사업장에선 무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현대차는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해 왔다.

30년 이상 근속자에 대한 차량 35% 할인 요구는 세법상 30% 이상 할인하면 증여세가 발생하는 만큼 사측으로선 받아들이기 곤란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26년 이상 근속자에 대해 30%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대학 미진학 자녀에 대한 1000만원 지급도 이미 조합원 자녀 3명에게 고등학교·대학교 입학·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만큼 무리한 요구이고, 장학금이란 애초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한편 기아자동차(000270) 노사는 이날 올해 임금협약 교섭을 재개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노조가 요구한 일괄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 노사는 이후 교섭 일정은 잡지 않았다. 노조는 이날 교섭에서 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29일과 30일 근무 1·2조가 오전과 오후 각각 2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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