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지난해 제조업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단순노무직 종사자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노무직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직무로 흔히 소득이 낮은 일자리로 분류된다.
1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단순노무직은 392만7000명으로 전년(404만5000명)보다 11만8000명(2.9%) 줄었다. 감소 폭은 통계청 7차 직업분류 기준에 따라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대다. 과거 직업분류 기준까지 포함하면 외환위기였던 1998년(26만5000명)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에서 단순노무직이 1년 전보다 5만6000명이 줄어 전체 감소분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지난해 전체 제조업 취업자 수는 4만3000명 줄어 2020년(-5만3000명) 이래 최대 폭 감소했다. 10월부터 수출이 개선되면서 12월 들어 월간 지표가 1년 만에 증가 전환했지만, 1월부터 11월까지는 내리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가 부진했던 게 가장 취약한 일자리에 영향을 크게 줬다는 관측이다. 작년 1∼11월 제조업 생산지수(원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9% 줄어 연간 지표로는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던 2020년(-0.2%) 이후 3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단순노무직은 사회시설관리업, 건설업 등에서도 줄었지만 제조업에서 가장 많이 줄었다”라며 “제조업 부진이 단순노무직 감소에 주된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노무자 외에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9만1000명),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4만9000명) 등도 줄었다. 기계를 설치·정비하거나 제품을 조립·조작하는 등 대표적 생산직 일자리들이다. 이들 직군도 제조업에서의 감소 폭이 각각 3만3000명, 2만8000명으로 가장 컸다.
‘블루칼라’ 일자리 한파는 저소득층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1∼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나 기능 종사자, 단순노무자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84만6000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484만5000원)과 유사한 수준이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소득은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