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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 등을 처리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전산화) 논의가 시작된 지 14년 만이다. 지난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 동의안 가결 후폭풍으로 국회 본회의 통과가 무산됐지만, 여야가 민생법안 처리엔 뜻을 모으면서 드디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의 핵심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고 싶은 진료 건을 선택한 후, 요양기관에 의료비 증빙서류를 전자적으로 보험사에 보내달라고 요청만 하면 보험금이 청구되는 것이다. 즉 지금처럼 일일이 병원에 가서 증빙 서류를 떼서 보험사에 내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진다. 약 40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의 청구 전산화 길이 드디어 열린 셈이다. 국민건강보험은 청구 및 심사가 모두 전산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숙원이었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자 보험업계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업계는 소비자의 청구 포기를 줄이고, 보험사의 전산 입력 등 업무 부담을 낮추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치권에서도 서류발급의 번거로움으로 포기했던 소액 보험청구가 가능해지고 의료계와 보험회사도 서류 제출, 민원 발생에 다른 인력·비용 절감의 긍정 효과가 발생하는 취지에서 법안 통과에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 통계를 분석할 결과, 소비자가 청구하지 않은 실손보험금은 연평균 276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1인당 6000원이 넘는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략이기도 했다.
의료계 반발 여전…전송대행기관 지정도 관건
의료계를 비롯해 일부 시민단체의 청구 전산화 반대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업권 간 갈등 해소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상의료운동본부·보건의료노조·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보건의료·환자 단체들은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명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민간 보험사의 환자 정보 약탈법”이라며 보험업법 개정안 처리 중단을 요구했다.
정보 전송대행기관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합의도 상당기간 소요될 전망이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전송대행기관(중계기관)은 ‘보험개발원’이다. 후보로 가장 먼저 나왔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의료계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법 개정 검토 과정에서 빠졌는데, 보험개발원 역시 보험사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결국 개정안에 전송대행기관을 정하지 못하고 대통령령(시행령)으로 규정하기로 한 배경이기도 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4년 만에 보험업법이 개정되면서 보험 소비자들이 간편화된 방식으로 실손보험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며 “다만 의료계 반대가 여전하고, 세부 내용에 대한 이견도 좁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