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지회와 현대차는 법률적으로 교섭 당사자가 될 수 없다.”(현대차 사측)
현대차(005380) 비정규직(사내하청) 철탑농성이 24일로 100일째를 맞고 있지만 노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사태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17일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씨와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비정규직지회) 천의봉 사무국장은 ‘현대차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공장 인근의 송전철탑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현대차측은 지회의 고공 농성이 시작되면서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 규모를 기존 3000명에서 3500명으로 늘리겠다고 제시했지만 비정규직 노조측은 전원 정규직화를 포함한 6대 요구안을 고수하면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철탑농성 최병승씨 정규직 발령.. 요구안 관철시까지 농성 지속
현대차 정규직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비정규직 노조간의 갈등도 불거지면서 노사 특별협의는 지난해 12월 비정규직 노조의 반발로 무산된 뒤 현재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기존에 제시했던 비정규직 3500여명 신규채용 입장을 고수하면서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최병승씨에 대해선 정규직으로 인사발령을 냈다. 그러나 최씨는 철탑농성을 계속하면서 비정규직 노조 요구안 관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측은 비정규직 노조의 사내하청 전원 정규직화 요구는 근무기간이 몇 개월에 불과한 단기계약직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것이어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3500명의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이달초 원서를 접수했다.
사측은 지난 9일 마감한 신규채용에는 전체 사내하청 근로자의 80%인 5400여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측은 조합원 300여명이 응시한 것에 불과하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해 8월 파업 때 노조의 지침을 어겨 금속노조로부터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 특별협의.. 노노간 이견으로 열리지 못해
비정규직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노노간 입장차가 벌어진 것도 사태해결이 쉽지 않은 이유다.
지난해 12월27일 정규직 노조가 사측과 특별협의를 열고 잠정합의안을 내놓으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자 비정규직 노조원 수백여명이 정규직 노조사무실 앞을 막고 ‘지회의 동의없는 잠정합의안에 반대’를 주장했다. 결국 특별협의는 무산됐고 현재까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측은 사내하청 문제를 지난해말까지 마무리하고 올해는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등 당면 현안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해결이 난항을 겪으면서 노노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이달 들어 수차례의 연석회의와 간담회 등을 통해 중재를 시도했지만 양측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공장에는 비정규직 노조를 탈퇴한 비정규직 근로자 실명으로 비정규직 노조의 각성과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는 등 불만도 표출되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합의점 찾는 게 사태해결 시발점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가 해법을 찾기 위해선 우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가 합의점을 찾고 사측과 교섭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비정규직 노조측도 “원하청 공동투쟁을 염원한다”면서 “금속노조와 정규직 노조와 협의해 특별교섭 재개를 추진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가 철탑농성을 통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향후 해결과정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노사 양측의 양보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정책 강화 분위기와 맞물려 노동계의 기대심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울산지법은 송전철탑 농성자 강제퇴거와 천막농성장 강제 집행을 실시했지만 비정규직 노조측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법원은 강제집행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철탑농성이 지속될 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노동·사회단체들도 오는 26일 철탑농성장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농성 100일 희망과 연대의 날 행사를 열고 비정규직 노조의 투쟁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