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계열사인 현대차로 자리를 옮긴데다 그 직위 또한 현대·기아차에서는 6명 뿐이었던 부회장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재계는 이와 관련, 정 부회장이 머지않아 그룹 경영을 총괄할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 후계구도 가속
정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함께 재계의 대표적인 3세 경영인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 99년 현대차 구매이사로 입사한 이후 핵심사업부를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또 지난 2005년 기아차 사장을 맡은 이래 환율 등 대내외 악재로 적자의 늪에 빠진 회사를 지난해 상반기 흑자로 전환시키는 등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인사에 대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핵심 경쟁력 강화와 판매 극대화를 통한 지속 성장을 이뤄내기 위한 포석"이라고만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단행돼 온 그룹 내 경영진의 세대 교체가 이번 정 부회장의 승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어 10월에는 김용문 현대차 부회장을 다이모스 부회장으로 발령냈다. 12월에는 김익환 부회장과 조남홍 사장 등 기아차 수뇌부가 잇따라 사임했다. 그리고 현대차 최한영 사장과 이현순 사장, 기아차 정성은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외견상 재임기간이 긴 부회장들을 퇴진시키고 글로벌 불황속에서 좀 더 젊은 인재들을 전면 배치함으로써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히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화교출신이자 중국통으로 전문성이 강한 설영흥 부회장(45년생)을 제외하곤 이현순(50년생) 최한영·윤여철(이상 52년생) 이정대(55년생) 부회장 등 수뇌부를 모두 1950년생 이후 출생자로 채웠다.
일각에서는 이와관련, 정의선 사장을 조만간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위치로 격상시키기 위한 초석 다지기가 아니냐는 전망을 내놨었다.
특히 정 부회장은 지난해 `쏘울` 출시 기념식에서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과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이후 올해 6월 미국 출장길도 동행했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정 부회장이 실질적 경영권을 넘겨받기 위한 지분확대 작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의 합병 결정도 정 부회장의 경영권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양사 합병을 통해 정 부회장이 현대·기아차그룹의 핵심 기업 중 하나인 현대모비스에 주주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전형적인 순환구조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기아차는 현대모비스를, 현대모비스는 현대차를 지배하고 있다. 순환구조상에서 현대모비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 지분이 없는 상태.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었던 기아차 지분 1.99%가 전부다. 대신 글로비스(물류), 엠코(건설) 등 그룹의 신규 계열사 지분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양사 합병을 통해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일부 확보하게 된다. 양사가 밝힌 합병 비율을 따지면 현대차와 글로비스는 현대모비스 지분 1.68%와 0.67%를 보유하게 된다. 정 사장은 글로비스의 지분 31.8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와함께 엠코와 글로비스 등의 몸집 불리기도 가속화되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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