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 눈덩이·폐쇄 우려' 개성공단입주기업 대표 잠 못 이룬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123개 입주기업 대표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지난 3일 이뤄진 북한의 통행 제한 조치는 보름을 넘어섰고 9일 근로자 철수 조치로 조업중단 사태도 열흘을 맞았다. 최악의 경우 공단폐쇄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마저 나온다.

입주기업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납품기한을 맞추지 못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또 대다수 업체가 계약 불이행에 따른 신용하락은 물론 자금난도 심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의 경우 장기적으로 공단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는 경영실패 등이 원인이 아니다. 남북한 당국의 정치·군사적 대치로 발생한 사안이라는 것이 문제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전현직 회장단이 수시로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 중이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개성공단 정상가동은 남북관계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특히 개성공단 유지를 위해 잔류하고 있는 200명에 이르는 우리측 근로자의 상황은 업체별로 비축해놓은 쌀과 라면 등 비상식량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계점을 넘어서게 된다. 입주기업 대표들은 쌀을 비롯한 식자재와 의약품을 전달하기 위해 17일 방북을 추진했지만 북한 당국이 불허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입주기업대표들은 오는 22일 범중소기업대표단을 구성, 방북을 추진 중이다

다만 북한의 강경한 태도를 볼 때 전망은 불투명하다. 실제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18일 대변인 담화에서 개성공단과 관련, “남조선당국은 개성공업지구를 위험천만한 전쟁발원지로 만들려 하면서 ‘운영 정상화를 위한 대화’요 뭐요 하는 것은 한갖 요설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을 통해 한국과 미국이 “진실로 대화와 협상을 바란다면 모든 도발행위들을 즉시 중지하고 전면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주기업 대표들은 답답한 상황에 크게 낙담한 모습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을 역임했던 문창섭 삼덕통상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업장이 날아가는 판국에 식사는커녕 잠도 쉽게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개성공단은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다. 하루 빨리 정상 가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방북 가능성과 관련, “개성공단기업협회 역대 회장단과 김기문 중앙회장이 방북을 준비 중에 있다”며 “북한이 전날 또는 당일 아침에 통보를 하는데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현지 사정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식사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듣고 있다”면서도 “개성공단 주재원들은 내 공장과 내 직장을 지킨다는 자세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표는 특히 “국내외 바이어들에게 개성공단에서 만든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조속히 인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며 “북한도 먼 훗날 해외자본과 산업을 유치할 텐데 최근 개성공단 사태는 북측으로서는 굉장한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피해액을 묻는 질문에는 “정확한 집계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피해액 집계보다는 우선 공장의 정상가동에 모든 역량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