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치러진 국민투표는 당초 박빙일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반대가 61%로 찬성 39%를 압도적으로 앞질렀다. 청년층을 주도로 긴축안에 반대하는 그리스 국민들은 채권단의 협상안을 거부했다. 그리스 국민들에게 한국판 금모으기 정신은 없었다.
그렉시트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에서 지난주 선방했던 한국 증시도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장 시작과 동시에 미끄러졌다. 1.3%대 하락세로 출발한 한국 증시는 오전 내내 1% 전후로 하락하더니 오후 들어서는 2% 이상으로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같은 시간 2.39% 빠지는 모습이다.
특히 그리스 관려주로 묶이는 자동차와 조선주가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현대차 우선주들이 동반 신저가를 기록했고, 현대중공업(009540)과 삼성중공업(010140) 등도 4% 이상씩 급락했다. 금융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 은행과 증권주도 2~4%대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국민투표를 낙관했던 전망이 이미 증시에 상당부분 선반영됐다는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증시는 외국인 중심의 실망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며 “오늘 2% 빠지는건 상당히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렉시트 가능성은 15% 미만으로 여전히 낮게 봤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ECB가 실질적으로 그리스 은행에 제공하는 긴급유동성지원(ELA)에 따라 그리스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유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ELA가 현 수준으로 지속된다면 그리스 채무 관련 협상 논의는 한발 진전되며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ECB가 ELA를 중단한다면 그리스에는 드라크마가 다시 등장해 그렉시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
다만 그리스 위기가 전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시장은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2012년 유럽 재정위기에 비해 그리스에 대한 해외 은행들의 익스포져가 줄어들었고, ECB의 양적완화(QE) 등 유동성 방화벽이 강화돼 유로전 전반적으로 시스템 리스크 확산 가능성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6일에는 ECB 회의와 독일과 프랑스 정상회담이 예정돼있고, 오는 20일까지 그리스는 ECB에 35억유로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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