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증시 키워드]그리스 악재 현실화..ECB역할에 주목

"그렉시트 가능성 여전히 낮아지만 조정국면 들어갈 것"
  • 등록 2015-07-06 오후 2:26:35

    수정 2015-07-06 오후 2:26:35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벌써 6개월째 그리스다. 지난주 그리스가 채권단과의 최종협상에서 실패하고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결정에도 낙관론이 우세하며 코스피는 되레 상승했다. 그러나 실제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예상과 달리 반대가 우세하며 오늘 증시는 제대로 발목을 잡혔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더욱 큰 불확실성에 빠졌다.

5일(현지시간) 치러진 국민투표는 당초 박빙일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반대가 61%로 찬성 39%를 압도적으로 앞질렀다. 청년층을 주도로 긴축안에 반대하는 그리스 국민들은 채권단의 협상안을 거부했다. 그리스 국민들에게 한국판 금모으기 정신은 없었다.

그렉시트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에서 지난주 선방했던 한국 증시도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장 시작과 동시에 미끄러졌다. 1.3%대 하락세로 출발한 한국 증시는 오전 내내 1% 전후로 하락하더니 오후 들어서는 2% 이상으로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같은 시간 2.39% 빠지는 모습이다.

특히 그리스 관려주로 묶이는 자동차와 조선주가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현대차 우선주들이 동반 신저가를 기록했고, 현대중공업(009540)삼성중공업(010140) 등도 4% 이상씩 급락했다. 금융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 은행과 증권주도 2~4%대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리스 악재가 현실화되면서 조정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는 가운데 향후 사태 진행상황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만나 수정안이 도출된다면 협상이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마찰이 더 강해지면서 단기적으로 증시가 급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국민투표를 낙관했던 전망이 이미 증시에 상당부분 선반영됐다는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증시는 외국인 중심의 실망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며 “오늘 2% 빠지는건 상당히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렉시트 가능성은 15% 미만으로 여전히 낮게 봤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ECB가 실질적으로 그리스 은행에 제공하는 긴급유동성지원(ELA)에 따라 그리스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유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ELA가 현 수준으로 지속된다면 그리스 채무 관련 협상 논의는 한발 진전되며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ECB가 ELA를 중단한다면 그리스에는 드라크마가 다시 등장해 그렉시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

다만 그리스 위기가 전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시장은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2012년 유럽 재정위기에 비해 그리스에 대한 해외 은행들의 익스포져가 줄어들었고, ECB의 양적완화(QE) 등 유동성 방화벽이 강화돼 유로전 전반적으로 시스템 리스크 확산 가능성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의 평가도 엇비슷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단기적으로 유로화와 유로 주변국 국채 등 유럽의 위험자산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유로존이 ECB의 QE확대 등 정책적 대응을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유로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도 “현재로서 그렉시트 가능성은 낮다”며 “그리스 사태가 악화되도 ECB 대응능력 강화로 2010~2012년처럼 유로존 전체로 위험이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한편 6일에는 ECB 회의와 독일과 프랑스 정상회담이 예정돼있고, 오는 20일까지 그리스는 ECB에 35억유로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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