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은 1일 동양네트웍스와 동양시멘트의 기업회생절차를 법원에 신청했다. 이에 따라 동양네트웍스와 동양시멘트도 전일 법정관리 행을 택한 (주)동양 ,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날과 함께 법원의 판단에 기업의 운명을 맡기게 됐다.
오너일가 지배력 사실상 소멸
동양의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그룹 해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울러 동양그룹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사실상 완전히 소멸됐다. 그동안 동양네트웍스는 오너 일가의 출구 전략 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다. 현재현 회장 일가의 지분 구조가 다른 계열사에 비해 높고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을 거의 발행하지 않아 이번 유동성 위기에서도 한발 비켜나 있었다.
특히 창업주의 부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무상으로 대여했던 오리온 보통주 매각 대금을 활용해 오너일가의 사재를 사들여서 의혹을 키웠다. 이 때문에 그룹 해체 후에도 현 회장 일가가 동양네트웍스를 발판으로 재기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동양네트웍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은 사실상 소멸됐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인 (주)동양, 포스트 지주사인 동양네트웍스에 이어 그룹의 뿌리인 동양시멘트도 법정관리행에 들어간 이상 현 회장 일가의 그룹 지배력은 법원에 이전되게 됐다”며 “단 법원의 판단에 따라 관리인이 현 경영진으로 유지되면 오너 일가가 기사회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 크지 않은 시멘트·네트웍스 법정관리 왜?
동양네트웍스는 그룹내 계열 유통 및 SI(시스템통합) 업체로서 매출의 상당 부분을 그룹 내부거래에 의존해온데다 계열사에 몰려 있는 미지급금 때문에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동양시멘트는 재무적 설명없이 ‘보유자산의 신속한 매각을 통한 투자자 보호와 기업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는 것이 그룹의 입장이다. 하지만, 동양네트웍스가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을 거의 발행하지 않았고,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날 처럼 급박한 유동성 위기에 몰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굳이 법정관리를 선택할 필요가 있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동양시멘트도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 만기가 임박한 회사채가 없고 CP 상환액도 작은 편이었다.
시장 관계자는 “두 회사의 최근 영업실적이 악화되고 계열사가 발행한 기업어음(CP) 상환에 자기 자금을 쓰는 등 재무상황이 나빠졌다”며 “그러나 대규모 CP 발행 부담으로 청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날 등과 두 회사의 재무 상황은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현재현 회장 속내는
동양시멘트도 채권단의 동의하에 힘들게 워크아웃에 들어가느니 법원 관리하에서 회생을 노리는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통상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모든 경영활동에 채권단의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하지만 법정관리 시 관리임에만 선임이 되면 비교적 자율적으로 경영활동에 임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 부도위기에 몰리지 않은 동양네트웍스와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은 현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와 관계가 깊을 수 있다”며 “현 경영진이 법정관리인에 선임되고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경우 현 회장 등이 주요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지킬 수 있겠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원 회생계획안 관심..동양증권 지분매각 서두를까?
동양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법원의 회생계획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양의 회생을 위해서는 말 그대로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야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자산은 동양증권 지분이다.
동양증권의 최대주주는 동양인터내셔널(지분율 19.01%)이며 동양레저도 14.76%를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상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의 부채 청산을 위해 동양증권의 매각이 불가피한 셈이다. 법원은 동양의 빠른 회생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동양증권 지분 매각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와 더불어 핫 딜(hot deal)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동양증권이 매물화될 경우 우리투자증권 인수합병(M&A)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우증권도 정책금융기관 재편 방향에 따라 잠재매물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매수자로서는 다양한 옵션이 생기게 됐다. 반면 매도자(정부)로서는 당장 동양증권 매물화 이슈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달갑지 않은 상황이 됐다. 실제로 유력 후보인 KB금융지주는 우투증권 인수에 올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쳐, 우투증권 매각 흥행 여부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