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14일 장남인 이맹희씨가 동생인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주식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속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특히 이씨는 "아버지가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차명주식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지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로 불거졌던 이건희 회장의 차명 주식이 이번에는 형제간 재산 분쟁 대상으로 번진 셈이다.
◇ 이건희 회장 '상속재산 소명 자료' 요청이 발단
분쟁의 발단은 이 회장이 이씨에게 국세청에 '상속재산 분할 관련 소명'이란 문서를 내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6월 이 회장은 이씨의 재산을 관리하던 (주)CJ 재경팀의 성용준 상무 앞으로 "선대회장이 삼성그룹 내 회사들의 주식을 실명주식과 차명주식을 포함해 각 상속인에게 모두 분할했고, 모든 상속인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는 문서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008년 말 이 회장이 자신의 명으로 실명전환한 삼성생명(032830)과 삼성전자(005930) 주식수는 각각 3244만8000주와 224만5525주다. 이를 당시 상속비율과 개정된 민법을 반영한 상속비율(25.4%, 48/189)로 계산하면 각각 824만주와 57만292주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삼성전자 차명 주식에 대해서는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는다며 이번에 20주만 반환 소송을 냈다. 실명 전환한 삼성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주식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소송 대상인 875만5809주 중에서 100주만 소송을 냈다.
따라서 이씨가 이번 소송에서 승소하고, 추가 소송을 통해 요청한 주식을 모두 돌려받게 된다면 인계되는 주식은 총 2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 이회장 패소해도 지배구조엔 문제없어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권자가 상속권의 침해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또는 침해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이씨 측이 차명재산의 소유권을 주장하려면, 차명주식 존재 사실을 2008년에는 알지 못했다는 점을 먼저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 이번 소송에 이 회장이 패소하더라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이씨가 요구한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넘겨받게 된다면 이맹희 씨의 지분율은 8.5%가 된다. 이건희 회장(16.6%)과 에버랜드(15%) 지분이 낮아지더라도 지배구조를 위협할 수준은 못된다.
다만 이번 소송이 이 회장과 범(汎) 삼성가의 다른 형제로 확대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만약 이씨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차명 주식을 상속비율대로 받게 된다면, 다른 형제들도 이 회장에게 똑같은 지분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녀인 이인회 한솔그룹 고문이나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이맹희씨와 같은 내용의 소송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한솔과 신세계 등은 이미 상속문제와 관련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개인적인 상속 문제가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상황은 이건희 회장 뿐 아니라 범 삼성가 모두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개인간 합의 형식으로 이번 문제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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