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만 치마까지 들추겠다는 거야"..현대그룹 부글부글

잇따른 의혹제기·자료제출 요구로 불만 고조
`외환은행 매각건이 훨씬 허술` 그룹안팎서 지적
  • 등록 2010-12-15 오후 4:01:09

    수정 2010-12-15 오후 4:01:09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잇따른 의혹제기에 현대그룹(현대상선(011200))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함께 진행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외환은행 인수건이 훨씬 허술(?)한데 자신들만 공격당하고 있다는 게 `불만`의 요지다.

현대그룹은 현재 공식적으로도 현대건설 인수건이 사상 유례없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상황에서 추가로 대출계약서를 요구하는 것은 숱한 M&A 역사상 단 한번도 없던 일이며 부당하다는 게 현대그룹의 입장이다.
 
문제를 제기할 거였다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전에 이뤄졌어야 하는데, 정작 규정대로 자금과 서류를 갖춰 자격을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계약서 등 추가 자료를 내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는 게 현대그룹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 현대그룹 `외환은행 매각건이 더 허술한데..`

현대그룹은 또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건과 비교하면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위기다. 공식적으로 현대건설 인수건과 외환은행 인수건을 비교한 적은 없지만, 현재 그룹 안팎에선 두 M&A건을 동일선상에 놓고 바라보는 상황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들은 외환은행 매각건이 훨씬 중요한데 현대건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룹측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는데 2주밖에 안 걸렸다"면서 "5조원 가까운 돈이 들고, 상당 부분이 외국에서 빌려온 건데 일이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11일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양해각서를 맺고, 24일 인수를 공식 발표했다. 이후 26일 주식매매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인수금액은 약 5조원. 증권가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5조원 가운데 2조원을 자체 충당하고 3조원 안팎의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키로 했다. 이 가운데 1조원 가량을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고, 나머지는 외국계 투자사들의 손을 빌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그룹은 또 건설사보다는 은행 매각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며 눈덩이처럼 부푼 자금출처 의혹과 각종 루머에 대한 부담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은행 매각은 건설사 매각에 비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정책 당국이나 언론은 왜 이런 중요한 사안은 놔두고 현대건설 인수전에만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 자존심에 금간 현대그룹..해지땐 비난강도 높아질 듯

만약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를 해지할 경우 현대그룹의 비난의 강도는 더욱 세질 전망이다. 외환은행 사례와 비교한 뒤 `부당함`을 담은 입장문을 낼 가능성도 있다.

이는 무엇보다 현대그룹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 가장납입, 이면계약 의혹 등으로 그룹 이미지가 상당히 훼손됐는데 양해각서마저 해지되면 `하고 싶었던 말`을 다 쏟아낼 수도 있다는 것. 

한 시장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불만이 계속 커지고 있다"면서 "만약 양해각서마저 해지된다면 외환은행 매각건과 비교해 비난의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채권단은 17일 주주협의회를 열고 현대그룹과 맺었던 양해각서를 해지할 지 여부를 논의키로 했다.
 
최근 금융 당국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어떤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했는지를 세세히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고, 소송건까지 맞물려 있어 당분간은 매각건이 표류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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