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축의금 내고 밥 먹으러 가더라”…조성암 대주교가 본 韓결혼식

그리스 출신 조성암 대주교, 한국 결혼식 언급
“형식적으로 의례 치러…사랑의 부재 느꼈다”
  • 등록 2024-11-25 오후 1:01:02

    수정 2024-11-25 오후 1:01:02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그리스 출신으로 26년간 한국에서 사목 활동을 해 온 조성암(64·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 대주교가 한국 결혼식 문화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1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으로 선임된 조 대주교는 22일 서울 마포구 한국정교회 서울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성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임 회장이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서울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시 조 대주교는 “한국에는 가족 간 유대, 사람들 사이의 정(情), 훌륭한 음악적 전통, 춤과 노래가 많다. 왜 이런 아름다운 것을 버리고 미국과 같은 스타일을 모방하는지 정말 안타깝다”며 국내 결혼식에 관해 언급했다.

조 대주교는 최근 한국의 결혼식에 갔다가 하객들이 축의금을 낸 뒤 예식을 보지 않고 피로연장으로 직행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조 대주교는 “예전에는 결혼식장에 가면 다 같이 인사를 나누고, 하객도 풍성했는데 지금은 형식적으로 의례를 치른다”며 “사랑의 부재, 소통의 부재가 어디까지 왔는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함께 결혼식장을 찾은 한국 지인들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더니 “이게 코리안 스타일”이라고 반응했다고 한다.

또 조 대주교는 최근 학생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집중하느라 바로 곁에 있는 친구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지금 부족하고,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끝으로 조 대주교는 이날 “우리는 바로 재앙, 큰 파국 직전에 서 있다”며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같은 날 배포한 회견문을 통해서도 “기후 위기로 인한 고통은 심한 양극화와 자본에 의한 불평등과 차별 속에서 가장 약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더 가중되고 있다”며 “온 지구 생명 공동체를 돌보는 일에 앞장서며, 한국교회가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며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도록 독려하고,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행동하겠다”고 했다.

한편 1960년 그리스 아이기나섬에서 출생한 조 대주교는 1991년 사제품을 받고 1998년 아테네 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우등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같은 해 12월부터 한국 정교회에서 사목활동을 시작했다. 성 니콜라스 주교좌 대성당 주임사제, 대교구 수석사제를 지냈으며 2008년 7월 한국 대주교로 선출됐다.

2016년 11월 한국 정교회 대주교로는 처음으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선임돼 1년간 활동했으며, 지난 18일 NCCK 정기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돼 8년만에 다시 같은 자리를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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