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코앞에서 넘어진 70대…18시간 헤매다 '의식불명'

세종 한 아파트 계단서 넘어져 뇌출혈
인근 응급실, 사고 전날 야간 운영 중단
민간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청주 한 병원서 수술
  • 등록 2024-09-13 오후 12:47:40

    수정 2024-09-13 오후 1:39:43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세종의 한 아파트 계단에서 넘어져 뇌출혈로 상태가 악화한 70대가 인근 대형병원 응급실 폐쇄로 18시간이 지나서야 수술을 받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세종의 한 아파트 사고 당시 CCTV 화면.(사진=MBC 뉴스 캡처)
13일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6시30분쯤 세종의 한 아파트에서 70대 남성 A씨가 아파트 야외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

지난 12일 MBC가 공개한 CCTV에는 A씨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히는 모습이 담겼다. 사고를 목격한 이웃 주민이 A씨를 일으켜 세워보려고 해도 움직임이 없었으며 심각한 뇌 손상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사고 장소 10분 거리에는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응급 수술이 가능했던 세종충남대병원이 있었지만 바로 전날 야간 응급실 운영이 중단돼 이송이 불가했다.

결국 A씨는 세종의 민간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병원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를 토대로 “더 큰 병원으로 가라”고 말했다.

이날 새벽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A씨는 다음 날 오전 충북 청주에 있는 한 병원으로 다시 옮겨져 사고 발생 18시간 만에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그는 일주일 넘게 의식을 찾지 못하고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 가족은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입원한 상태에서 출혈이 커졌을 때 바로 수술받는 조치를 받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M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세종 지역에서 유일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세종충남대병원은 의대증원 갈등 이후 전문의들이 속속 사직하면서 지난 1일부터 야간 응급실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 한시적으로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지만 전문의가 충원되지 않으면 다시 야간 응급실을 폐쇄해야 한다.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며 세종충남대병원 외에도 전국 곳곳의 응급실이 의료진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대전·충청(58%), 부산(53.6%), 광주·전남(51.2%)에서 응급실 근무 의사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전의교협 측은 “조사 결과 수련병원 53곳 중 7곳은 응급실 근무 의사가 5명 이하여서 24시간 전체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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