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비례대표 선정 내홍, 파국으로 치달아

김종인 대표 순번 조정하려는 비대위 vs 김 대표는 원안고수
중앙위 개최 불투명… 김 대표 “욕심 많은 노인네로 만든 건 핑계”
  • 등록 2016-03-21 오후 1:58:15

    수정 2016-03-21 오후 1:59:37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비례대표 후보 선정 문제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내홍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가 21일 아침부터 회의를 열어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 조정과 A, B, C그룹간 칸막이를 없애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비대위원들은 김종인 대표의 순번을 2번에서 후순위로 배치하고 그룹을 없애 투표하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김 대표가 원안 고수를 주장하고 있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윤근 더민주 비대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 순번을 수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 한다”며 “위원들도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A, B, C그룹으로 나뉜 비례대표 후보자 분류에 대해서도 없앨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20일 더민주는 비례대표 후보자 40여명을 발표하면서 이를 A(1~10번) B(11~20번) C(21~43번)그룹으로 나눠 확정, 발표했다. 중앙위에서 이를 문제를 삼으면서 20일 결론내기로 한 비례대표 순번은 하루 순연됐다.

극히 유동적인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중앙위가 다시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늘중에) 결론을 낼 것이다. 아직 (비대위서 결론이) 정해지지 못했다”며 “중앙위원회가 분명히 잘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대위가 중앙위원들의 요구와 김 대표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김 대표가 완강하기 때문이다. 이날 김 대표는 비대위 회의도 참석하지 않은 채 개인사무실에 머물렀다.

당무를 거부한 김 대표는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람을 갖다가 인격적으로, 그 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며 “나는 대표직에 매력을 못 느낀다. 인격적 모독을 받고 더 이상 흥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앙위가 원안대로 비례대표 후보자에 대한 순번을 결정하지 않으면 당을 떠날 수도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김 대표는 이어 “비대위 라는 것이 필요 없는데 비대위 대표가 무슨 상관이 있냐. 자기들이 낭떠러지에 떨어지려고 하니까 비대위를 만들어달라고 한 것 아니냐. 그게 싫다고 하면 그걸로 끝나는 거지, 뭘 그래”라고 거듭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2번에 자신을 셀프 공천한 것에 대해, “내가 당을 조금이라도 추슬러 수권정당을 한다고 했는데 그걸 끌고 가려면 의원직을 갖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며 “4·13 총선 이후에 내가 딱 던져버리고 나오면 이 당이 제대로 갈 것 같냐”고 반문했다.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김 대표와의 친소관계로 맺어진 점에 주목, 대권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은 일축했다. 김 대표는 “내가 무슨 욕심이 있어서 비대위원장하려는 사람으로 다루는 것이 제일 기분이 나쁘다”며 “내가 큰 욕심이 있어서 한 것처럼 그렇게 인격적으로 사람을 모독하면 죽어도 못 참는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내가 무슨 욕심 많은 노인네처럼 만들어 가지고, 그건 하나의 핑계”라면서 “지금 정체성 때문에 그러는 거다. 어제 (중앙위원들이) 저렇게 해서 일반에게 얼마나 표를 깎아먹은 줄 아느냐. 패권을 하려면 잘하라고 해. 그 따위로 패권행사하려고 하지 말고”라며 당 내홍을 정체성 갈등으로 규정하고 주류인 친노 운동권세력에게 책임을 돌렸다.

더민주는 중앙위 회의를 오후 3시에서 다시 5시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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