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선화 경계영 기자] 연초 해외 펀드 투자를 시작한 직장인 김씨. 그는 은행, 증권사 창구를 돌며 PB들의 펀드 추천을 받아 펀드 라인업을 구성했다. 우리은행에선 올해 유럽의 양적완화정책 실시를 앞두고 있다는 설명에 선진국 펀드 가운데 저평가된 유럽펀드를 추천받았다. 그중에서도 ‘슈로더유로증권펀드’를 추천받았다. 삼성증권에서는 지난해에서 이어 올해 중국 시장 급등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중국펀드를 추천받았다. 중국 주식 펀드 중에서도 ‘삼성중소형FOCUS’ 펀드는 중국 본토 주식의 중소형주에 투자해 변동성은 크지만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김씨는 개별 금융사에서 추천하는 펀드 5개를 골라 유럽펀드 2개, 중국펀드 3개 등 각각 200만원씩 1000만원을 나눠 투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김씨의 펀드 수익률은 꽤 짭짤했다. 무엇보다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 6월 이후 김씨는 눈물을 머금고 있다. 중국 시장이 고꾸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입한 중국펀드 3개 때문에 김씨의 수익률은 -4%대로 추락했다.
잘 짠 펀드 포트폴리오 폭락장서 ‘효자’
최근 해외 펀드 투자 비중이 높은 개인들은 시련의 나날이다. 중국발 증시 폭락이 국내외 주식 시장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8월28일 기준 연초 후 해외 주식형펀드는 5.14% 하락했다. 특히 중국 주식형펀드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9.31% 내렸고 이달 들어서만도 14.50% 급락했다. 김씨처럼 중국 주식형 펀드 비중이 높았던 투자자는 두 달 만에 수익률이 2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김씨와 마찬가지로 이씨도 마이너스가 난 중국펀드가 포함됐지만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다른 펀드가 수익을 내면서 전체 펀드가 안정적인 수익률이 나타낸 것이다.
유기현 PCA생명 투자전략센터장은 “같은 중국 펀드를 2~3개씩 나눠 드는 것은 포트폴리오 분산이 아니다”며 “서로 상관관계가 적은 펀드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와 해외 주식·채권 비중 조절 관건…성향·상황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펀드에 투자할 때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달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듯 국내와 해외,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 자산군 별로 자신의 투자 성향과 금융시장 상황에 맞춰 투자비중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희주 KDB대우증권 상품개발실 이사는 “국내 투자자는 수익률이 높은 해외 주식형펀드나 국내 중소형주 펀드로 포트폴리오 없이 투자하곤한다”며 “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중국을 포함한 이머징마켓이 흔들리는 지금 지역 분산 투자가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윤식 하나금융투자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한국의 성장률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중국의 경기 둔화 영향으로 국내 기업의 이익이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이 양호한 선진국, 특히 유럽과 일본에 주목할 만 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환 투자에서 손실 볼 가능성이 큰 이머징마켓과 함께 원자재에 대한 투자는 당분간 피하되 선진국에 투자할 땐 환 노출형으로 환차익까지 노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주 이사는 “최근 주식 시장이 많이 빠진 상황이기 때문에 주식과 채권, 대안자산 비중을 각 42대 40대 18로 담는 것을 추천한다”며 “선진국 중에서는 일본의 비중이 높은 편이고 신흥국 가운데서는 모디노믹스가 실질적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이는 인도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할 만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