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1층 있는 삶을”…대법원 찾은 장애인 1250명의 탄원서

`장애인 접근권` 대법 판결 앞두고 기자회견
단체 "잘못된 법으로 국민·기업 죄 저지르고 있어"
1·2심 "국가 책임 묻긴 어려워"
  • 등록 2024-12-03 오전 11:54:09

    수정 2024-12-03 오전 11:54:30

[이데일리 박동현 기자]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단체가 장애인 이동권의 국가 책임을 묻는 1250명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2018년 단체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이후, 6년 만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1·2심서 인정되지 않은 장애인 이동권 관련 국가의 책임 촉구를 위해서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를 비롯한 장애인 단체가 3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장애인 이동권 국가 책임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박동현 기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을 비롯한 장애인 단체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장애인 접근권 국가책임 대법원 판결촉구 탄원서’를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추련은 장애인등편의법이 시행된 2018년 4월 ‘1층이 있는 삶을 돌려달라’는 슬로건으로 기업과 국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당시 피소된 투썸플레이스와 신라호텔 등은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법원 조정을 받아들였으나, 시행령에 따라 50㎡ 이하 소규모 시설에는 설치 의무가 면제됐다. 앞선 1·2심서 법원은 장애인 접근권과 관련한 사업체의 책임은 차별행위로 판단했으나, 예외 조항을 둔 국가의 책임까지 묻기는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

단체는 대법원의 3심을 앞두고 국가의 책임을 묻는 판결을 촉구하기 위해 탄원에 나섰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승현 장추련 활동가는 “한국에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수십 년째 훼손돼 왔다”며 “소송 이후 6년 만에 대법원에서 마지막 재판을 앞두고 독소조항을 폐지하는 판결을 위해 탄원서를 제출한다”고 설명했다.

단체에 따르면 장애인등편의법 시행 이후에도 장애인 이동권 보장 의무 대상인 300㎡ 이상 시설은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김남진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민간 기업들을 상대로는 우리의 권리에 대해서 승소함으로써 인정을 받았다”면서 “그럼에도 장애인들이 가지 못하는 1층 건물들이 여전한 건 예외조항 탓”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이 애초에 잘못됐기에 국민들과 기업들도 의도치 않게 죄를 저지르게 만들고 있다”고 발언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0월 23일 3심 판결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조희대 대법원장은 “접근권이 5%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가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승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대법원은 원래 법리에 대한 판단만 하고 공개적인 변론은 진행하지 않는다”면서 “이번에 5년 만에 이례적으로 장애인 편의와 관련해 공개 변론을 진행한 만큼 장애인의 입장을 고려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탄원서에는 장애인을 비롯해 비장애인 등 총 1250명이 서명했다. 박김영희 장추련 상임대표는 “우리도 언제 어느 순간에 바퀴의 신세를 져야 되는 그러한 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시민들이 공감해 준 것”이라며 “우리의 요구는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내일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법원의 3심 판결은 이르면 이달 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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